거제 한·아세안 국가정원, 그저 그런 ‘동네정원’ 되나
기재부, 대규모 국비 투입 거부감
산림청 예산·사업 규모 대폭 축소
계획 면적 64만㎡→40만㎡ 줄여
사업비 3000억 원→2000억 원
3분기 예비타당성 때 재신청키로
1000만 관객 시대 마중물 한계
경남 거제시 한·아세안 국가정원이 결국 반쪽으로 쪼그라들 위기에 놓였다. 산림청이 대규모 국비 투입을 꺼리는 기획재정부(부산일보 4월 27일 자 10면 등 보도)를 설득하려 소요 예산과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아세안 10개국의 정취를 담기로 했던 국가정원이 볼품없는 동네정원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거제시에 따르면 사업 주체인 산림청은 한·아세안 국가정원 계획 면적을 64만 3000㎡에서 40만㎡로 줄이고 예상 사업비도 3000억 원에서 2000억 원으로 낮추는 것으로 밑그림을 수정 중이다.
이는 기재부 문턱을 넘기 위한 고육책이다. 기재부는 앞서 산림청이 제출한 예비타당성 신청서를 반려했다. 막대한 정부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보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과 운영 방안, 중장기 시행계획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특히 기재부는 전국에 국가정원 조성 남발이 우려되는 상황에 산림청의 명확한 입장과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며 국비 지원 적합성에 관한 보완을 요구했다. 국가정원 조성을 바라는 지자체가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거제에 국비를 쏟아부으면 다른 지자체 요청이 쇄도할 수 있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또 전액 국비로 조성된 국가정원이 없는 만큼 지방정부도 일정 부분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과 2호인 울산 태화강은 지자체가 조성·운영하다 승격됐다. 반면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계획부터 조성·운영·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국가가 전담한다.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선 산림청과 경남도, 거제시는 기재부 요구 사항을 공유하며 신청서 보완에 집중하고 있다. 당장은 덩치를 줄이는 것 외엔 대안이 없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최고 5년간 조직 구성·정원 프로그램, 예타 전 토지 매입 여부, 행정절차 장애요인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늦어도 3분기엔 재심사를 받는 게 목표다.
계획대로라면 2024년 예비타당성 조사·평가, 2025~2026년 기본계획·실시설계, 토지 매입을 완료해 2027년 착공, 2030년 개원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순천만(112만㎡)의 3분의 1, 태화강(83만㎡)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어렵게 예타를 통과해도 애초 기대한 관광객 1000만 시대 개막의 마중물이 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은 “축소된 예산과 규모론 기존 구상을 현실화하고 새롭고 지역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채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변 위원장은 민선 7기 거제시장 재임 시절 한·아세안 국가정원을 국책 사업으로 유치한 주인공이다.
그는 “당시 2028년 조기 개장을 목표로 사업 내용과 규모, 예산, 부지까지 어렵사리 확정한 사업”이라며 “국제적인 수준의 특별한 국가정원을 완성해 거제의 새로운 성장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저 그런 동네 시설에 그처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아세안 국가정원은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을 통해 채택된 산림관리 협력 방안 중 하나다. 산림청은 국립난대수목원 유치 경쟁에서 밀린 거제에 이를 대체 사업으로 제안했다. 계획대로라면 순천만, 울산 태화강을 잇는 3호 국가정원이 탄생한다. 예상 방문객은 연간 최대 228만 명. 거제시는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 가덕신공항과 연계한 남해안 관광산업의 거점으로, 800만 부울경 주민에게 질 높은 산림복지 서비스와 아세안 10개국 고유의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