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도체 지산학 협력 모델 구축해 수도권 독점 깨겠다”
최재원 부산대 공과대학 학장
지난해 6월 TF팀 구성 위원장 맡아
차량용 반도체 인력 양성에 주력
지역 산업체 취업하는 선순환 기대
“부산대학교가 왜 반도체 특성화를 하냐는 시선이 처음에는 많았습니다. 부산대를 중심으로 지역 차량 반도체 기업들과 지산학 협력의 모델을 구축해 부산도 반도체산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난해 6월 부산대가 반도체 분야 특성화 준비에 나서자 대학가에는 의문 부호가 붙었다. 전통적으로 공대 기계 관련 학과에 강세를 나타내는 부산대가 수도권 대학의 전유물이었던 반도체산업에 도전하는 것은 낯선 일이었다. 부산대는 반도체 특성화를 위해 특별팀(TF)을 만들고 준비에 착수했다. 부산대의 도약, 지역의 도약을 위해 반도체 분야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산대 공과대학 학장인 최재원 교수가 TF 위원장을 맡았다. 최 교수는 “우리 대학에 없는 것, 부족한 것 등 우리 대학 반도체 분야 수준을 돌아보는 일부터 시작했다”며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의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구하는 일에도 주력했다”고 말했다.
TF에서 나온 답은 ‘지역에서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였다. 부울경에는 자동차산업이 활성화돼 있어 관련 반도체 기업이 많았다. 자율주행, 전기차 보급 등에 따라 반도체 필요성이 커지는 만큼 차량용 반도체 특성화 인력을 길러내는 것으로 방향이 잡혔다. 최 교수는 “부울경 지역에 차량 부품 기업이 175개 있고 연 매출이 25조 규모인데 자율주행차, 전기차 시대 등에 대비해 고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봤다”며 “부산대가 테스트베드 역할을 통해 산업 고도화를 이끌고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량용 반도체 특성화 전략으로 올해부터 부산대는 각종 반도체 관련 정부 지원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공동연구소 사업, 반도체 특성화 대학 사업,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사업 등 교육부 반도체 관련 사업을 모두 석권했다. 확보한 예산만 900억 원에 이른다.
최 교수는 “언제든 실험할 수 있는 교내 반도체 팹(실험실), 우수한 학부생 양성 환경, 취업과 연계된 대학원까지 3박자가 모두 갖춰져 반도체 특성화 대학으로 더 할 나위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고 자평했다.
그는 반도체 특성화가 부산대만의 성과로만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지역에 대규모 팹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실습을 하러 가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24시간 팹에서 지역 대학, 지역 기업이 함께 실험하고 연구하면서 반도체 인재들이 지역 산업체로 가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기대한다”면서 “지역 대학의 특성화로 지역이 살아나는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대학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003년부터 MIT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부산대 공학교육혁신센터 센터장, 전국국공립공화대학장협의회 회장, ㈔제어·로봇·시스템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