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효능 입증… 숙제 떠안은 숙취해소제
출시 30년 맞아 매년 고속성장
‘컨디션‘ 시장 점유율 42% 자랑
‘깨수깡’ 신흥 강자 떠올라 안착
식약처, 규제 강화 가이드라인
“제조사 숙취 해소 근거 내놔야”
숙취 해소제가 출시된 지 30년이 지났다. ‘주당’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으며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 최근에는 환, 젤리, 아이스크림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품이 나오고 있다. 2025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고시에 따라 제조사들은 과학적으로 숙취 해소 기능을 입증해야 한다.
■음료에서 환, 젤리까지
9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아이큐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숙취 해소제 시장은 2019년 2678억 원, 2020년 2512억 원, 2021년 2242억 원, 지난해 3127억 원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다소 주춤했지만, 엔데믹을 맞이한 지난해 전년 대비 39%나 성장하며 처음으로 시장 규모 3000억 원을 넘었다.
숙취 해소제는 의약품이 아닌 혼합음료나 기타가공품 등의 일반식품으로 분류된다. 식품사에서도 제조·판매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숙취 해소제는 초기에 음료 형태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환이나 젤리 등 비음료 형태도 출시되며 젊은 층에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는 아이스크림 형태의 숙취 해소제도 선을 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숙취 해소 아이스크림 ‘레디큐 정신차려바’를 출시한 상태다. 숙취 해소제 ‘레디큐’와 협업한 제품으로 ‘테라큐민’을 30㎖ 함유하고 있다.
■국내 첫 숙취해소제 ‘컨디션’
우리나라 최초의 숙취 해소제는1992년 HK이노엔(당시 CJ제일제당)이 출시한 ‘컨디션’이다. HK이노엔에 따르면, 지난해 약 13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국내 숙취 해소제 시장에서 약 42% 점유율을 확보했다.
컨디션은 HK이노엔의 매출 효자 품목 중 하나다. 컨디션 매출은 2021년에 385억 원 규모였으나 지난해에는 607억 원으로 급증했다.
초록색 병에 든 음료로 시작한 컨디션은 현재 컨디션헛개, 컨디션레이디, 컨디션CEO, 컨디션환, 컨디션스틱 등 5종으로 늘었다. 특히 컨디션스틱은 지난해 3월 출시 후 10개월 만에 1200만 포 이상 판매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숙취 해소제 시장의 ‘삼수생’이다. 2000년 ‘필’, 2005 ‘모닝세븐’을 출시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철수했다. 그러다 2019년 ‘깨수깡’을 연착륙시켰다. 지난해 깨수깡 매출은 1년 만에 24% 성장했다.
‘깨수깡’은 제주도에서 온 7가지 원료를 담은 탄산 숙취 해소 음료가 콘셉트다. 주원료인 해조류와 식물복합추출물은 숙취해소원료로 발명 특허를 받았다.
■제조사, 인체적용시험 준비
현재 유통 중인 숙취 해소제 중 식약처로부터 과학적으로 숙취해소 효과를 인정받은 원료는 아직 없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제조·판매사가 내년까지 과학적 근거를 증명하지 못하면, 2025년 1월부터는 숙취 해소제란 표현을 쓰지 못하게 할 방침이다. 식약처가 가이드라인을 통해 밝힌 숙취해소 능력 평가 지표는 혈중알코올농도와 혈중아세트알데히드농도, 숙취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설문지 등이다.
현재 시판 중인 대부분의 숙취 해소제 광고는 인체적용시험 결과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지 않다. 단순히 숙취 해소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거나, 함유한 성분의 숙취 해소 효능을 논문 연구 문헌을 통해 강조하는 정도다. 숙취 해소제 업체들은 인체적용시험에 돌입했거나 준비 중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인체적용시험을 위한 임상 전략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