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양평고속도로 백지화’ 책임 떠넘기기 ‘공방전’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힘 “민주 사과해야 재추진”
“노선은 야 소속 군수 결정 따라”
김기현 “가짜 뉴스로 소란 유발”
민주 “남 탓 행태에 국민 분노”
“의혹 피하려 전면 백지화 꼼수”
이 대표 등 의혹 제기 힘 실어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 진상규명 특별팀(TF) 강득구 단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위). 전진선 양평군수와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의원·군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방문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한 양평군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의혹 진상규명 특별팀(TF) 강득구 단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위). 전진선 양평군수와 국민의힘 소속 경기도의원·군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방문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한 양평군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선언으로 여야 정치권이 책임 공방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집안 땅 특혜 의혹을 제기한 더불어민주당의 사과를 전제로 사업 재추진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은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 양평군을 둘러싼 인근 지역 민심이 악화하자 여야 여론전도 거세지는 형국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원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선언 이후 국민의힘 등 여권은 김 여사 집안 땅 특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의 사과와 내부 문책 등이 이뤄지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추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원 장관은 앞서 김 여사 일가의 땅을 두고 민주당이 연일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원 장관 등 여권은 “민주당의 사과와 문책이 전제된다면 재추진을 검토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공약 파기 논란이 불거지자 사업 백지화 입장을 일단 선회한 것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경기도 하남시와 양평군을 잇는 도로로 지역의 15년 숙원사업이다. 지난 5월 종점을 양평군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하는 안이 나오자 민주당은 종점 500m 거리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김 여사 집안 특혜를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당시 민주당 소속 군수는 물론 군민의 요구와 결정에 따른 노선 변경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도 사업 백지화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오죽 시비를 걸었으면 원 장관이 양평군 숙원사업을 백지화한다고 했겠나”며 “양평 군민의 편의를 고려한 사업이라는 본래 취지는 묻은 채 사업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아버린 민주당 때문에 부득이하게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민주당도 같은 노선을 요구했고 해당 노선 나들목 인근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땅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우스운 꼴이 됐다”며 “10년간 공들여 다 차린 밥상에 민주당이 침을 뱉으며 밥상을 엎어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건희 라인으로의 느닷없는 노선 변경도, 생뚱맞은 전면 백지화 선언도 모두 원 장관이 결정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마치 이번 사태의 원인이 민주당에 있다며 남 탓하는 행태에 국민은 분노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권 수석대변인은 “1조 8000억짜리 대형 국책사업을 제 맘대로 변경하다 국민 의혹이 커지니 사태를 모면하려 전면 백지화로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닌가. 이는 심각한 국정 난맥의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논란이 커지자 여야 당대표도 각각 수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합리적 검토 과정을 거치면서 양평군민을 위해 정상 진행 중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더불어민주당이 ‘가짜뉴스’라는 침을 뱉어 이 소란을 만들었으니, 공당이라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사업이 백지화돼 이 책임을 민주당에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의혹 제기에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양평군)양서면이 종점이었으나 주민 공청회 한 번 없다가 5월 강상면으로 노선이 바뀌었다”며 “도로 종점 이전 의혹이 커지니 장관이 갑자기 사업을 백지화시켰다. 놀부 심보도 아니고 ‘내가 못 먹으니 부순다’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