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낮으니 나대지 마”… 직장인 3명 중 1명 여전히 괴롭힘 당해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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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법 4년… 직장갑질119 조사

모욕·명예훼손, 부당 지시 등 많아
10명 중 1명 극단적 선택 고민도
“개선 없을 것” 대부분 신고 못 해
5인 미만 사업장 등 빈틈 없애야

‘네가 학벌이 제일 낮으니 나대지 말라고 한다.’ ‘사장이 낸 업무 관련 문제를 틀리면 20분씩 무릎을 꿇고 있어야 한다.’

지난달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SNS 상담방에 접수된 민원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이 시행된 지 4년이 됐지만, 직장인 3명 중 1명은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 현장에서는 법 실효성이 떨어져 이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9일 밝혔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P)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333명(33.3%)이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4년 전, 2019년 6월 조사 결과(44.5%)보다 10%P 이상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명예훼손(22.2%) △부당 지시(20.8%) △폭행·폭언(17.2%) △업무 외 강요(16.1%) △따돌림·차별(15.4%) 순이었다.


특히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한 노동자일수록 더 심각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이 월 150만 원 미만인 응답자는 60%가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고 답한 반면, 월 500만 원 이상인 응답자는 32.4% 심각하다고 답했다. 비정규직(52.9%)이 정규직(44.6%)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56.5%)은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41.9%)보다 더 심한 수준의 괴롭힘을 당했다고 느꼈다.

지난 1년 동안 괴롭힘을 당한 직장인 중 9.3%(31명)는 극단적 선택도 고민했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15.2%)가 가장 높았다. 고용 형태로는 비정규직(10.9%)이 정규직(8.2%)보다, 비사무직(10.3%)이 사무직(8.4%)보다 상대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컸다.

피해를 당한 직장인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괴롭힘을 참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괴롭힘을 당했을 때 대응 방법’에 대해 물어본 결과,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65.5%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답변이 27.9%로 대부분이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69.5%)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2.2%)라고 답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주년이 됐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기대만큼 줄지 않았고 비정규직, 작은 사업장 등 일터 약자들은 더 고통을 받고 있다”며 “반쪽짜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5인 미만 사업장, 원청 등 직장 내 괴롭힘 사각지대를 없애고, 관리·감독과 처벌 강화,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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