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트렌드 읽기] 저커버그가 쏘아올린 '스레드'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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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앱스토어 화면의 '스레드'. EPA연합뉴스 휴대전화 앱스토어 화면의 '스레드'. EPA연합뉴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Meta)가 최근 출시한 텍스트 기반 앱 '스레드(Threads)'가 지난 일주일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생태계를 뒤흔들고 있다. 스레드는 500자 이내의 짧은 글로 소통하는 플랫폼으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의 대항마로 꺼내든 야심작이다. 이용자가 20억 명에 달하는 메타의 인기 플랫폼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구축돼 이미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만 있다면 스레드 역시 쉽고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특히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트위터에서 하루에 볼 수 있는 게시물 수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에 반발한 트위터 이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서비스 갈아타기'에 나선 상황이다. 여기에 이미 다른 SNS를 통해 수천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인사들까지 스레드에 속속 등장해 공식 계정을 개설하면서 출시 초기부터 흥행 돌풍에 탄력을 제대로 받았다.

결국 스레드는 출시 당일 대한민국을 포함한 18개 국가에서 아이폰 기준 애플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앱에서 1위를 차지했고, 닷새 만에 가입자 1억 명도 돌파했다. 세계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 붐을 불러온 챗GPT가 약 두 달 만에 이용자 수 1억 명에 도달한 것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스레드 신조어 리스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스레드 신조어 리스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국 사람들도 특유의 '유행 따라잡기' 빠르게 본능을 발휘하면서 불과 사나흘 만에 한국어로 된 스레드 신조어와 명언들이 쏟아졌다. 누군가 친절하게 요약한 신조어 리스트들을 확인해보면 기존 유행어 앞자리에 스레드를 단순히 갈아 끼운 경우도 많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첫 글자 '스'를 읽는 요령이다. 알파벳으로 적을 때 'th' 자리와 대응하는 탓에 실제로는 '쓰'에 더 가까운 일명 '번데기 발음(θ)'으로 읽어주는 게 포인트다.

외래어 표기법을 개의치 않고 정리된 일부 신조어 목록에는 아예 대놓고 모든 설명에 '쓰'로 적혀있을 정도다. 그렇게 스팔(스레드 팔로우), 스팔완·스팔취(스레드 팔로우 완료·취소) 등을 하나씩 빠르게 읽다보면, 평소 우리가 잘 아는 특정 비속어와 뭔가 비슷한 듯 찰지게 맞닿는 발음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재미가 있다. 여기에 한국인 이용자들이 내뿜는 분위기도 기존의 SNS와 달리 좀 더 '깨발랄(깨방정+발랄)' 캐릭터를 지향하는 흐름이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레드 관련 '밈'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레드 관련 '밈'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예를 들어 사진과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이 감성을 살려 나의 멋진 모습을 최대한 연출을 해서라도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면, 스레드는 드러내지 않은 '날 것'의 모습과 숨겨진 '웃픈' 상황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식이다. 이를 두고 '인스타 이용자는 (실제로 아는 게 없어서) 왠지 말걸기 어려웠던 언니라면, 스레드 이용자는 (알고 싶지 않던 진실을 알아버린 뒤) 이제는 말걸기 꺼려지는 언니'라는 비유도 등장했다.

다만 이 '스레드'의 좋은 출발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고작 일주일의 관찰로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불과 2년 전 코로나 유행 속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음성 소셜앱 '클럽하우스' 신드롬이 가라앉는 걸 넘어 이렇게까지 잊혀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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