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신화 - 해체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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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충근 ‘코랄 힌지’와 ‘코랄 스크루’

‘코랄 힌지’ ‘코랄 힌지’


윤충근(1991~)은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 대한 통시적 이해를 바탕으로 평면·공간·시간 위의 시각 요소와 사용자 경험 사이의 상호 작용을 탐구한다. 사물의 기원이나 유래를 살피며 신화를 해체하고 탈-학습하는 일을 즐기는 윤충근의 취향은 부산현대미술관 지하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포스트모던 어린이’에 선보인 ‘코랄 힌지’나 ‘코랄 도어’ 그리고 ‘코랄 스크루’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전시의 1부에 출품한 ‘코랄 힌지’는 반으로 접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위한 브라우저다. 힌지(경첩)는 여닫이문을 가능하게 하는 부품으로 이때 문은 안과 밖을 나누는 기준점으로 기능한다.

‘코랄 도어’는 드나들 수 있는 웹사이트를 위한 브라우저로 이때 문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기준점이자 양쪽을 살필 수 있는 중간 지대로 존재한다. 두 작품은 안과 밖을 나누는 기준에 관해 물으며 이원론적 질서라는 비가시적 존재를 형상화한다.

‘코랄 힌지’나 ‘코랄 도어’가 이원론적 질서를 만드는 기준을 문이라는 사물에 은유해 풀어냈다면 전시의 2부에 선보인 ‘코랄 스크루’는 사용자와 사물의 관계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험한다.

‘코랄 스크루’ ‘코랄 스크루’

‘코랄 스크루’는 나사 형태의 웹사이트를 위한 브라우저로 대다수의 디지털 기기가 차용하는 규격화된 직사각형 모양에 저항한다. 벽면에 설치된 원형의 디스플레이에는 나사의 머리 이미지를 출력해 거대한 나사로 벽을 고정한 모습을 연출하며 나사를 분리하거나 위치를 바꿔 공간을 재구성해보는 상상을 통해 경직된 사물의 체계가 변동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윤충근의 작품은 분명 전시의 주요 개념과 면밀하게 맞닿아있다. 그의 작품은 훈육의 이데올로기가 특정한 유형의 인간 존재 형태만을 생산하고 있음을 경계하고 그 추동의 계기를 탐색함과 동시에 포스트모던의 다양한 의견을 예술적 경험으로 체험하고 토론할 기회를 만들며 근대의 신화를 해체하는 데 일조한다.

'포스트모던 어린이' 2부 전시 '까다로운 어린이를 위해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지 마세요'는 8월 27일 일요일까지 진행된다.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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