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사사건건 대치 ‘정치 복원’ 언제 가능한가
총선 주도권 계산에 내전 상태
혐오 이어지면 제3지대에 관심
우리 정치가 실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이고 야당 지도부와 공식 회동을 하지 않았다. 종전 기록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세운 취임 후 339일 만의 만남이었다. 연일 최장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이처럼 여야 대화가 끊기며 협치는 소멸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대하는 여야의 적대적인 모습은 국가 내전 상태에 비유될 정도다. 여야 모두 이념으로 진영을 결속해서 내년 총선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에 빠져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적’과 ‘동지’로 나뉜 양극화 모습은 정치 혐오를 불러올 뿐이다. 최근 한 정치 및 총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7명 가까이가 현실 정치에 대해 냉소적 시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가 국민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오죽 국민들이 답답했으면 양극단 정치를 타개하기 위해 여야 원로 정치인이 최근 뜻을 모았다는 소식에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한 느낌이 들까. 신영균, 권노갑, 정대철, 김원기, 김형오, 문희상, 정세균, 정의화 등 전직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 원로 11명이 여야가 반목만 하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생각해 뭉쳤다는 소식이 반갑다.
여야 싸움에 현직 장관들까지 직접 참전하는 모습 또한 매우 우려스럽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민주당이 제기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의혹에 대해 직권으로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게 어디 장관 마음대로 취소할 수 있는 사업인가. 대형 국책 사업에 대한 의혹 제기를 정쟁화해서 지금처럼 야당을 몰아붙이는 것은 책임 있는 정부·여당의 자세가 아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야당이 단독 처리한 민주유공자법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두 차례나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처럼 국정을 강경 일변도로 몰고 가서 어쩌자는 말인가.
민주당은 무능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해서 단식과 농성, 장외집회, 일본 항의 방문 등 온갖 강경 대응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얻은 게 없다. 민주당이 후쿠시마 투쟁 전면에 나서면서 오히려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을 뿐이다. 168석의 절대다수 의석으로 여태 아무것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사사건건 대치해서야 ‘정치 복원’이 언제나 가능할지 의문이다. 아직 그 힘은 미약하지만 우리 정치를 바꾸기 위한 ‘제3지대’가 꿈틀대고 있다. 혐오만 남은 정치권의 모습이 내년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유권자의 선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