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전시로 본 부산시립미술관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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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 문화부 에디터

시립미술관 방향성 보여주는
젊은 시각전·소장품전 ‘눈길’
차기 미술관장에 ‘기준’ 제시
소통하고 미래 가꿀 인물 필요

“그 전시 봤어요?”

미술 담당 기자는 괜찮았던 전시가 있으면 주변에 놓치지 말고 가보라고 추천한다. 미술 관계자와 만나면 좋았던 전시에 대한 정보도 교환한다. 1~2년 사이 미술관 특히 공공미술관의 전시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오간다. SNS에 올라오는 콘텐츠에서도 미술관 전시 감상기가 부쩍 늘었다. 사진에 담았을 때 시각적으로 아름답다는 점이 반영된 현상이기도 하겠지만, 예전보다 공공미술관이 시민 생활 가까이 더 다가갔음을 느낀다. 최근에는 경남도립미술관 신진 작가전, 부산현대미술관 어린이 전시,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등을 사람들에게 자주 추천했다. 특히 부산시립미술관 청년 작가 전시와 소장품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전시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3-슬픈 나의 젊은 날’은 1999년에 시작된 부산시립미술관의 정례 기획전이다.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전시를 통해 지금까지 70명 이상의 작가가 소개됐다. 젊은 시각전 작가들 중에는 미술시장 인기 작가가 된 경우도 있고, 대학교수로 후학 양성과 작가 활동을 병행하는 이도 있다. 전업 작가로 비엔날레나 미술관급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도 있다. 대안공간 운영자 또는 기획자로 활동 반경을 넓힌 사람도 있다. 미술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작가들의 이름을 보면 학예사들이 젊은 시각전 참여 작가 선정 당시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게 된다.


젊은 시각전에 참여한 한 작가는 “많은 사람이 함께하는 국공립 미술관에 작품이 전시된다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를 계기로 다른 광역시 미술관이나 대형 전시 관계자에게 전시 제안을 받는다는 점에서 젊은 작가에게 큰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젊은 작가를 보여주겠다’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겠다’ ‘지금 현장에서 가장 젊은 작가들이 뭘 하고 있는지를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전시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김덕희, 오민욱, 조정환 3인이 참여하는 2023 젊은 시각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올해 전시와 연계해 부산시립미술관은 포럼 ‘우리들 이야기’를 개최했다. 청년 전시공간 운영자와 청년 비평가 등이 참여한 포럼에서는 부산 동시대 미술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대안공간을 운영했던 한 미술계 중진 인사는 “지역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젊은 미술인이 한자리에 모이고 소통하는 자리가 미술관에서 열려 더 반가웠다”고 했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전시는 BMA 소장품 기획전이다. ‘영점(제로-포인트)’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이 ‘얼마나 좋은 소장품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송혜수 작가의 ‘부친상’으로 시작해 강태훈, 김응기, 김종식, 김춘자, 김홍석, 방정아, 서성찬, 최민식, 추연근, 허황 등 부산 출신 또는 부산 활동 작가의 작품을 보여준다. 김구림,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유에 민쥔(웨민준), 세키네 노부오 등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까지 ‘부산시립이 이런 작품도 가지고 있었어’하고 감탄하게 되는 전시다. 개인적으로는 2019년부터 약 4년간 〈부산일보〉에 매주 실린 ‘BMA컬렉션, 미술관 보고 들여다보기’에서 사진으로 봤던 작품을 실물로 볼 수 있어 더 즐거웠다.

최근 부산시립미술관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공모 과정 등을 거쳐 약 3개월 뒤에는 새 관장이 부임할 것이다. 차기 부산시립미술관장은 할 일이 많다. 현재 중간 설계 마무리 단계에 들어와 있는 미술관 리모델링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설계안이 완성되고, 예산이나 행정적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미술관 공사 기간 동안 시민과 어떻게 만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인력 부족이나 조직 운영 등 미술관 시스템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젊은 시각전과 소장품 기획전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두 전시가 부산시립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에 어떤 기준점을 제시할 것으로 판단해서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시민에게 좋은 전시를 보여주는 곳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시각예술의 과거·현재·미래를 조망하고 지역 미술에 대한 발견과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부산을 넘어 아시아로 확장하는 21세기형 미술관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차기 부산시립미술관장은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아닌 제대로 일을 할 사람, 지역 미술에 대한 관심과 현대 미술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사람, 소통하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 시민에게 사랑받는 부산시립미술관의 미래를 같이 만들어 나갈 사람이 필요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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