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슘 함유 수산물 1년간 매일 먹어도 엑스레이 1회 분량 불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리 수산물 안전한가' 시민 토론회
한국해양산업협회·부산시 주최
전문가들 다양한 비유 들어 설명
수산물 삼중수소 피폭량 미미
후쿠시마 고등어 우리 연안 못 와
국민 불안 줄일 사회적 환경 필요
“여러분, 이제 우리 수산물 안심하고 드실 수 있겠죠?”
12일 부산 동구 부산일보 소강당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리 수산물 안전한가’ 시민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멍게수하식수협 김태형 조합장은 토론회 말미 객석의 시민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질문자로 나선 한 시민은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설명해주니 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 좀 더 많은 시민을 대상으로 이런 자리가 자주 마련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방사능 농도 안심할 수 있나
한국해양산업협회와 부산일보사, 부산시가 공동으로 개최한 토론회에는 원자력과 식품안전, 해양환경 전문가가 발제자로 참가해 우리 바다와 우리 수산물의 안전성을 다각도로 검증했다. 특히 오염수 방류 이후 국내 해역에 유입되는 방사능 물질 가운데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의 농도에 대한 여러 비유가 등장했다.
카이스트 정용훈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전 세계에서 연간 200g이 자연 생성된다”면서 “후쿠시마 앞바다 인근에 거주하면서 10km 이내 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만 1년 동안 섭취한다고 가정할 때 연간 피폭량이 1μSv(마이크로시버트)가 채 되지 않는데, 이는 지금 사는 집보다 10m 높은 동네에 사는 것으로 인한 연간 추가 피폭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파견한 후쿠시마 시찰단이 인천공항과 일본 나리타공항을 왕복 비행하면서 피폭된 양(7.4μSv)이 이를 훨씬 초과한다는 수치도 들었다.
국립수산과학원 목종수 식품위생가공과장은 흉부 엑스레이 촬영 시 피폭량과 비교하기도 했다. 목 과장은 “국내 수산물 등 식품 중 방사능 기준은 방사성 세슘과 요오드 각각 100Bq/kg으로, 국제기구인 코덱스나 다른 나라보다 엄격하다”면서 “만약 1년 동안 세슘을 100Bq/kg만큼 함유한 수산물을 매일 200g씩 섭취할 경우 피폭량은 0.1mSv(밀리시버트)로 엑스레이 1회 촬영과 같다”고 말했다.
■수산물 관리 제대로 되나
우리나라의 수산물 안전성 관리와 수산물 수입 현황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목 과장은 Q&A 식 발제를 통해서 △최근 논란이 된 ‘세슘 검출 우럭’은 연안정착성 어종이기 때문에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우리 바다로 올 수 없고 △고등어, 갈치 같은 회유성 어류는 일본 태평양 연안에서 서식하는 계군과 우리나라 서식 계군은 산란장과 서식지가 서로 달라 유입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또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8년간 우리나라 해수 중 세슘 농도는 원전 사고 이전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자료를 인용하고,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모든 수산물 금지 조치와 더불어 그 외 지역 수산물은 매 건 세슘 등을 검사해 미량 검출되면 사실상 수입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 더해 사회적 안심 체계를
발제에 이어진 토론에서 김태형 조합장은 “2021년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을 때는 어업인들이 전국적으로 반대 집회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과학적인 데이터와 정부의 대응 노력을 보면서 국내 수산물의 안전성을 확신하고 있다”면서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정쟁 대상이 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어업 피해가 더 증가하고 있는데, 국민들은 어업인을 믿고 우리 수산물을 안심하고 소비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시수협 김종열 상임이사도 “부산 어업인들은 코로나와 고유가에 이어 오염수 문제로 방류가 시작되기도 전에 출구 없는 찬반 공방으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있다”면서 “오늘 같은 토론회가 지속적으로 열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김종덕 원장은 “오염수와 관련된 과학적 분석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점검 이행 여부 확인과 함께 국내 정책을 통해 국민과 어업인의 불안을 걷어낼 수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토론회가 수산물 안전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이뤄지는 기회가 되고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