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차 2%P 임박… 한은, 미국과 다른 길 택했다
미국 인상 전망에도 동결 결정
경기 부진, 금융 불안 고려한 듯
연준 26일 금리 올리면 2%P 격차
한은, 추가 금리 인상 여지 남겨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로 접어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말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차는 처음으로 2.00%P에 이르게 된다.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하면서다.
시장에서는 한미 금리차가 더 커질 것을 우려하며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를 열고 지난 2·4·5월에 이어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묶었다. 금통위원 6명 모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한은의 금리 동결 배경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떨어진 상황에 금리를 올릴 경우 수출 부진과 새마을금고 사태 등으로 불안한 경기와 금융을 더 위축시킬 수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진 금리 인상 랠리는 사실상 지난 2월 동결로 막을 내렸다.
한국 경제는 수출과 내수 회복 지연으로 정부나 한은이 기대하는 하반기 경기 반등이 불투명한 상태다. 기획재정부도 이달 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1.4%로 0.2%P 낮췄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새마을금고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도 우려되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제2금융권도 불안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으로 미국과의 금리차는 1.75%P로 유지됐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오는 26일 시장의 예상대로 베이비스텝(0.25%P 인상)만 단행해도 금리차는 2.00%P로 벌어지게 된다. 다만 한은은 외국인 자금이나 환율 흐름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과거 세 차례의 한·미 금리 역전 시기에도 외국인 자금은 빠져나가기보다 채권 투자를 중심으로 오히려 들어왔다.
하지만 미국이 이달에 이어 오는 9월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은과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더 이상 격차를 감내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 실장은 “미국이 9월에도 금리를 올리면, 한은도 인상을 고려해봐야 한다”며 “환율 때문은 아니더라도 금융시장이 2.25%P의 격차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 금통위 위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 수준과 관련해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75%(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금리 인상 요인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라 주요국 통화정책이나 환율이 어떻게 될지 상황을 봐야겠지만 여전히 금리 격차, 외환시장 불안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 금리인상 근거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