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읽는 중요한 지표”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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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알고 있다/권만우

시선추적 연구 10 여개 주제 제시
남성과 여성의 시각차 이유 분석
음식 색깔이 식욕에 미치는 영향
심리학·디자인학·유전학 등 접목

스마트폰 고급화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이 결합돼 시선추적 장치가 놀라운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폰 고급화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이 결합돼 시선추적 장치가 놀라운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평소 편식을 하는 사람은 빨간색 그릇에 담긴 음식을 더 짜고 맛없게 느낀다고 한다. 영국의 한 연구진은 음식을 담는 그릇의 색깔에 따라 미각을 자극하는 수준이 달라진다는 분석 결과를 지난 1월 발표했다. 실험에 따르면 빨강, 파랑, 하양 등 세 개의 다른 색 그릇에 동일한 감자칩을 제공한 결과 빨간색 그릇에 담긴 감자칩이 더 짜고 맛이 없다고 느끼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물론 편식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미국의 유명 색채학자인 비렌은 “눈으로 보이는 색채에서 음식의 맛을 시각적으로 먼저 느끼고, 그다음 실제 음식을 미각으로 경험한 후 맛이 좋은지를 알게 해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음식은 색 자체가 지닌 특성과 연상 작용으로 인해 식욕을 상승시키거나 정서적인 감정의 변화를 유도한다. 예를 들어 파란 라면이나 보랏빛 카레를 보면 식욕이 생기기보다 탈이 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파란색이 한색 계열이라서 식욕을 억제해 주는 컬러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프랑스 색채연구가 데리베레는 “빨강과 핑크색이 단맛을 연상하기 때문에 난색 계열의 색상이 식욕 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처럼 색상은 시각을 통해 의미와 메시지를 뇌에 전달해 맛, 냄새, 소리, 촉감 등을 함께 느끼게 한다.

<눈은 알고 있다>는 의료장비인 시선추적 장치를 이용해 눈과 마음의 관계를 연구해 온 저자가 들려주는 눈의 심리학이다. 경성대 부총장이자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인 저자는 시선추적 연구로만 100여 편의 저술을 발표했으며, 지난 20여 년간의 연구 경험과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제시된 수백 편의 시선추적 실험 결과들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경영학, 광고, 소비자과학, 미디어학, 디자인학, 심리학, 정치학, 사회학, 아동학, 의학, 생물학, 유전학, 정보과학, 인지과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접목하며 시선추적 연구사례들을 10여 개의 주제로 나눠 제시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눈을 통해 사람들의 거짓말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웃는 입 모양을 눈을 통해 바라봄으로써 그것이 진짜 기쁜지 거짓으로 기쁜지 알아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진짜 기쁠 때는 입모양뿐만 아니라 눈꼬리에 잔주름 모양이 함께 생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의지(정신)를 따르는 뇌는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의지와 관계없는 자율신경인 눈동자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눈을 ‘마음의 창’ 혹은 ‘영혼의 창’이라고 불렀으며 로마 철학자 키케로는 “얼굴은 마음의 사진이며 눈은 마음의 통역자”라고 지칭했다. 성경에서는 눈을 ‘육체의 등불’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눈은 마음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을 읽는 중요한 지표이다.

남성과 여성이 사물을 다르게 보는 이유도 흥미롭다. 가끔 여성들이 10여 년 전 어딘가 여행을 가서 본 사소한 액세서리를 기억한다든지, 혹은 첫 만남에서의 식사 메뉴를 기억한다든지 하는 사실에 남성들이 감탄하곤 한다.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소개팅 상대 프로필에 대한 시선추적 실험은 남녀 간의 시선분포가 확실히 다름을 보여준다. 남성 참가자들은 여성의 얼굴과 신체조건을 주로 보고 판단한 반면, 여성 참가자들은 남성의 외모와 직업, 연봉 등 정보를 주로 보았다. 이러한 남녀의 기억, 혹은 시지각 차이에 대한 연구는 인류 역사만큼 오래됐다. 수십 세기 전 남성은 수렵채집자, 여성은 양육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시각적 성차가 발생했다는 분석도 있다. 즉 남성들은 사냥을 나가야 하므로 먼 곳을 두루 살피는 시력이 발달했고, 여성은 농사를 짓거나 육아를 담당했기에 세부적인 것을 보는 시각이 발달했다고 보는 것이다. 또 시각피질의 호르몬 차이 때문에 남녀의 시각차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저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정확하고 저렴한 시선추적 방식이 놀라운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한다. 기존 시선추적 장치는 가격이 최소한 1만 달러 이상 나가고 측정·분석소프트웨어를 포함하면 한 대당 수천만 원은 지불해야 사용할 수 있었다. 시선추적 장치는 높은 비용과 적외선카메라와 같은 특수 하드웨어로 인해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고급화와 각종 센서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활용한 안구운동의 측정이 가능하게 되었다. 더구나 인공지능과 이러한 기술이 결합해 별도의 하드웨어 없이도 정확한 시선추적이 가능하게 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한 시선추적이 가격이 100배 정도 더 비싼 시선추적 장치와 비슷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는 “이제 초고해상도, 소형경량화를 거쳐 인간의 눈보다 더 해상력이 좋은 카메라의 등장이 인공지능과 만나 지구 전체가 곧 보이지 않는 감시카메라로 둘러싸이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권만우 지음/서울인스티튜트/324쪽/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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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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