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세 자매 지켜줄 공간 절실해요”
정금(73·가명) 씨의 집 안팎에는 헌 옷과 각종 잡동사니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악취가 나고 벌레도 꼬입니다. 관리되지 않은 낡은 단층 주택에는 비가 샜고, 집안 벽지와 장판은 습기를 머금어 모두 헤졌습니다.
헌 옷과 쓰레기로 뒤덮인 안방에는 정금 씨의 두 여동생이 지내고 있습니다. 정금 씨보다 6살, 10살이 어린 동생들은 심한 정신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예순이 넘은 동생들의 밥을 먹이는 것부터 씻기는 것까지 모두 정금 씨가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행정복지센터에 물을 뜨러가는 것은 정금 씨의 주요 일과입니다. 수도세 체납액으로 인해 물 공급도 끊겼기 때문입니다. 화장실과 부엌을 사용할 수도 없습니다. 물이 안 나오니 요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생활비가 빠듯해 가스버너에 얻어온 물로 라면을 끓여 끼니를 때웁니다.
집은 냉난방도 되지 않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차가운 물에 씻기가 어려워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써야 했습니다. 정금 씨의 집 안이 헌 옷으로 가득 찬 것도 이 때문입니다. 동생들이 추위를 많이 타는데 난방이 되지 않으니 헌옷이라도 모아 따뜻하게 해주려 했던 겁니다. 동생을 위하는 마음은 크지만, 정금 씨는 제대로 된 방법을 모릅니다. 나이는 어느새 일흔을 넘겼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혼자 두 동생을 돌보는 일도 점점 버거워집니다.
정금 씨는 오래도록 주변의 도움도 거부해 왔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정부의 도움을 받는 것 외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 담당자의 끈질긴 설득에 굳게 걸어 잠갔던 대문을 열었습니다. 구청과 동, 복지 기관에서 나와 정금 씨의 집 안 청소를 시작했습니다. 집 안에서는 자그마치 14t가량의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쓰레기를 모두 치우자, 집은 전보다 훨씬 깨끗해졌습니다. 하지만 축축한 바닥과 벽은 여전합니다. 바닥에 깔아둔 이불은 물기를 가득 머금었고, 벽에는 여전히 벌레가 기어다닙니다. 무더운 여름이지만 축축한 집 때문에 추워하는 동생들을 위해 정금 씨는 또다시 구제시장에서 헌 옷을 가져옵니다. 구청과 행정복지센터는 이사를 권했지만, 정금 씨는 평생 동생들과 함께 살아온 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다행히 주변 이웃들이 정금 씨 자매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웃들은 헌 옷과 잡동사니로 담을 쌓지 않아도 집이 따뜻하고 쾌적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 한 칸만이라도 누수공사부터 도배, 장판 교체를 하는 등의 집수리가 절실합니다. 서로의 우애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세 자매가 최소한의 주거환경이라도 갖춘 곳에서 살 수 있도록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금정구 사회복지과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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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됐습니다-지난달 30일 자 상철 씨
지난달 30일 자 상철 씨 사연에 후원자 61명이 338만 7260원을, 특별후원 BNK 부산은행 공감 클릭을 통해 128만 5000원을 모아주셨습니다. 후원금은 상철 씨가 어머니와 함께 지낼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데 쓰일 예정입니다. 점점 치매가 심해지고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어머니의 병원비에도 보탤 계획입니다. 상철 씨는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 덕에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