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용률 ‘역대급’인데 못 웃는 부산시
5월 58%… 역대 2번째로 높아
급격한 청년 유출 따른 착시 효과
상반기에 역대 최고 수준의 고용률을 기록한 부산시가 쓴웃음을 짓고 있다.
1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의 고용률은 지난 5월 58.0%를 기록했다. 수년간 55~56%의 박스권을 맴돌던 수치가 58%까지 올랐다. 시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다. 그러나 높은 고용률에도 시는 잔칫상을 펼치지 못한다. 고용률 지표를 들여다보면 실제 고용시장 현실과 온도 차가 있기 때문이다.
고용률은 부산의 15세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이다. 15세 이상 인구를 분모로, 취업자 수를 분자로 계산해 100을 곱한다. 부산의 취업자 수는 10년 전인 2013년에 167만 명이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2020년 164만 명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매년 166만~167만 명 선을 유지해 왔다. 코로나 종식 이후 고용이 늘면서 지난 5월 부산의 취업자 수는 170만 명까지 늘었다. 10년 전보다 3만 명 증가했다.
문제는 이를 떠받치는 15세 이상 인구다. 청년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출되는 데다 출산율까지 줄면서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15세 이상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2013년 297만 명이던 부산의 15세 이상 인구는 2016년 3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하락세다. 2022년 294만 명 선이 무너졌고, 연내 293만 명 선도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5월 현재 15세 이상 인구는 10년 전보다 4만 5000명 줄었다.
고용률 계산식으로 보자면 분자가 소폭 늘었지만, 분모가 꾸준히 줄어든 모양새다. 취업을 많이 한 게 아니라 취업할 대상자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고용률 수치만 개선된 결과가 나왔다.
이는 부산의 고용률이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의 경기와 비교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부산의 월별 고용률 최고 기록은 한일월드컵 직후 소비가 절정에 달했던 2002년 7월의 58.8%였다. 월드컵 4강 신화를 기록한 그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7.2%에 달했다. 직전 해의 성장률이 4.5%였다는 걸 감안하면 경기는 활황이었다. 올해 고용률과 큰 차이가 없지만, 아무도 그 당시 부산의 경기가 현재 경기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경제활동 참여율은 시가 고무적으로 보는 부분이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15세 이상 인구 중 일주일에 1시간이라도 일한 인구 비율을 뜻한다. 은퇴 이후 일자리가 늘고 관심도 늘면서 경제활동인구 중 고령인구 취업 환경이 꾸준히 개선된 덕이다.
시는 “청년층 유출 문제는 지속적인 보완대책이 나와야 할 부분이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시도보다 낮았던 경제활동 참가율이 올라간다는 건 고령화 시대에 맞춰 고용 시장이 어느 정도 적응해 나간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