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불안에 서비스 질 저하” vs “자회사 정규직 고용도 방법”
부산대병원 노사 대립 왜?
미화원 등 용역업체 소속 501명
직접 고용 문제 2018년부터 갈등
3개 동 야간 전기 책임자 2명뿐
중환자실 설비 결원 15명이나
병원 “직고용만 해답 아니다
정규직 땐 고령자 실직 우려도”
보건의료노조의 무기한 파업 여파로 부산·경남 지역의 의료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는 해묵은 부산대병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파업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병원 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요구했다. 반면 부산대병원은 병원 측도 문제 해결 의지가 있으나 노조가 강경해서 대화가 어렵다고 맞서며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인다.
13일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에 따르면 본원과 양산부산대병원 노조 조합원 3800명 중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 필수 유지인력 10%를 제외한 80% 이상이 이날 파업에 동참했다. 간호사 등 의료인력뿐만 아니라 이번 부산의료 파업 핵심 당사자인 병원 청소 노동자와 시설관리자 등 비정규직도 병원 직고용 정규직 전환이 필요한 이유를 밝히며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40대 A 씨는 부산대병원에서 산소 공급부터 중환자실, 신생아실 내 시설 업무를 담당한다. 10년 넘게 일을 이어오고 있지만 항상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현 용역업체와 일을 한 지는 6년으로 계약은 6개월마다 연장한다. 시설팀 인원은 94명으로 불과 석 달 전 결원이 15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A 씨는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저임금에 불안정한 일자리로 소문나면서 신규 채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기존 직원들의 업무 강도가 세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선 업무에 숙달된 직원 확보가 절실하다. 병원은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뿐만 아니라 시설관리직·미화 등 다양한 직종이 서로 협력을 이루며 운영된다. 비정규직도 병원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지만 이들의 노동은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대병원에서 전기 시설 업무를 담당하는 30대 B 씨는 비정규직 고용 형태가 지속되면 의료서비스 질 하락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 시설팀 야간 근무의 경우 병원 3개 동의 전기 시설 등 업무를 2명이 전부 담당한다. 조장과 조원이 한 팀으로 이뤄지는데 야간에는 한 팀만 근무하다 보니 업무에 숙달한 조원이 있어야 비상상황을 빠르게 해결을 할 수 있다. 전력에 문제가 생겨 의료기기를 못 쓰는 상황이 오면 피해는 환자에게 전가된다. B 씨는 “고용 형태가 안정되면 숙련된 직원이 많아질 것”이라며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밝혔다.
부산대병원에서 청소 일을 하는 미화 용역직원 60대 C 씨는 고령 노동자다. 병원에서 근무한 지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러나 임금 체계는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용역업체가 중간에 가져가는 돈까지 더하면 최저임금 남짓. 병원이 직접고용을 해도 정규직으로 얼마나 일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해마다 떠나는 동료들, 그리고 남은 동료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이번 파업에 동참했다. C 씨는 “남은 기간만이라도 인정받고 고용 불안 없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2017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지켜왔다는 입장이다. 병원에 따르면 2018년까지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 1693명 중 1192명에 대해 전환을 완료했다. 기간제를 비롯해 공채계약직, 무기계약직, 간접고용 중 위탁계약까지 전환을 완료했으나 간접고용 중 용역계약 업체 501명에 대해서만 전환 협의 중이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간접고용 비정규직 중 용역직의 경우 아웃소싱을 하더라도 문제 없는 영역이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법 중에 직접 고용만 있는 것은 아니고,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게도 최대한 유리하고 기존병원 직원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병원 발전에도 도움 되는 방안을 찾아보자는 게 병원의 입장인데 노조가 무조건 직접고용만 주장하고 있어 대화가 진행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직접고용에 앞서 정년 문제도 검토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원 직원 정년은 만 60세인데 용역직 상당수는 60세 이상이다. 병원 직접고용을 하게 되면 이들이 직업을 잃을 수 있어 자회사 설립 고용 방안 등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노조의 요구사항을 무조건 들어줄 수는 없지만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균형감 있게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