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을이 사건’ 동거녀 공범 인정되나…검찰, 공소장 변경 신청
‘방조’ 혐의 대신 공범 인정 가능성…엄벌 확률도 ↑
친모 성매매·집안일 하면 동거녀가 가을이 양육
검찰 “사실상 가족 공동체”…의견서 아닌 진정서 제출
동거녀 등 엄벌 촉구 서명에 1500여 명 동참
가스라이팅을 통한 성매매 강요가 4세 여아의 사망으로 이어진 ‘가을이 사건’에서 검찰이 동거녀 부부에 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아동학대와 살해 범행에서 ‘방조’ 혐의만 기소된 동거녀가 가을이의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 받아들여지면, ‘공범’으로 인정받게 돼 엄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검 공판부 김하영 검사는 가을이 사건의 동거녀 부부 재판을 맡고 있는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에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동거녀 A 씨는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아동학대살해) 방조,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 방조,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성매매 강요) 위반 등 3개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간 검찰은 동거녀 부부가 친모를 비롯해 가을이와 사실상 가족 공동체 관계를 형성했다고 보고 이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2020년 9월 이후 2년 4개월 가량 이들은 10여 평 남짓한 좁은 아파트에 살았다. 이 공동체의 가장 큰 수입원이었던 친모의 성매매 대금은 A 씨가 전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했으며, 친모는 장시간의 성매매 외에도 청소부터 동거녀 아이들의 등하원까지 집안일 상당 부분을 맡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동거녀 부부도 경제적 수익을 공유하는 사실상의 가족 공동체였고, 동거녀 부부도 가을이에 대한 보호자 지위에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성매매 강요와 동거 형태를 볼 때, A 씨 역시 가을이에게 가해진 아동학대에서 직간접적인 책임이 상당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검찰이 최초 기소할 당시엔 관련 혐의 입증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친모는 “동거녀는 아이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최초 진술을 하는 등 기소 전까지는 정서적 의존 상태에서 동거녀 부부에 대한 진술에 소극적이었다. 현행법상 혈육 외 동거인에 대한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 됐다.
검찰의 ‘진정서’ 제출도 동거녀 부부에 대한 처벌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 10일 동거녀 부부에 대해 진정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의견서가 아닌 진정서 제출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 ‘정인이 사건’에서도 서울남부지검이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공판 전에는 공소장 변경 신청의 내용 등을 확인해 줄 수는 없다”면서도 “검찰 역시 이 사건을 고심하고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동거녀 부부에게 보호자 지위가 부여되면 아동학대와 살해 범행의 공범으로 인정돼 상당한 중형이 예상된다. 1심 재판부는 지난달 친모에게 징역 35년의 중형을 선고했으며, 동거녀 부부 사건 역시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를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18일 오후 동거녀 부부의 다음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을 수용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는 “동거인들도 ‘보호자의 지위’에 있었던 사실이 이미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났다”며 “이번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통해 보호자 위치에 있던 동거인도 공범으로 강력 처벌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동거녀 등에 대한 엄벌 촉구 서명에 1500여 명이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친모에게 2410회에 걸쳐 성매매를 강요해 1억 2450만 원의 돈을 챙겼다. 매달 800만~1000만 원가량의 성매매 대금이 A 씨 계좌로 입금됐고, A 씨는 이 돈 대부분을 외식·배달 등 생활비로 쓰거나 A 씨 부부의 빚을 갚는데 썼다.
안준영·손혜림·나웅기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