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빠르고 싼 부산으로" 일본 지방항만 찾아 '부산항 세일즈'
BPA, 시모노세키·구마모토 화주 대상 설명회
일본 비용 상승과 노선 부족이 부산항에 기회
"부산항 적체는 오해" 설명에 일본 화주 호응
"이번 설명회를 계기로 부산항 배후단지 물류 오퍼레이션(운영)을 적극 검토해 보겠다."
전 세계 이륜차 생산량의 35%를 담당하는 일본 '혼다' 구마모토 공장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해 부산항 전체 물동량은 감소했지만 부산항에서 환적하는 일본 화물은 연평균 3.8%의 증가세를 보인다. 일본에는 컨테이너 장기 노선이 적고, 일본 내 육상 운송비가 높기 때문에 부산항을 거쳐 수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정부가 물량 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 항만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고, 일본 화주들 사이에 '부산항은 적체가 심하다'는 오해도 있다. 부산항이 일본 환적 화물 유치를 위해 일본 화주들을 상대로 마케팅에 나선 이유다.
■내륙 운송비 상승과 원양노선 부족에 '부산행'
부산항만공사(BPA)는 지난 11일과 12일 각각 일본 시모노세키시와 구마모토현에서 지역 화주와 물류기업들을 상대로 '부산항 세미나'를 개최했다.
설명회에서는 주로 부산항의 뛰어난 네트워크와 적은 비용 등이 강조됐다. 일본은 내수시장이 활성화돼 원양 노선이 적다. 수출을 하는 화주들은 일본 주요 항만까지 육상으로 이동해 수출을 해야 한다. 곧바로 부산항을 통해 수출하는 경우보다 운임료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
BPA는 부산항이 일본 주요항만인 요코하마항에 비해 주당 기항하는 정기 컨테이너 노선이 약 3배 많아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특히 미주나 유럽 노선은 부산항이 독보적이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요코하마항의 미주노선은 9개 정도지만 부산항은 37개에 달한다. 유럽·지중해 항로는 요코하마항에는 아예 없고, 고베항와 도쿄항에 각각 1개 노선이 있다. 반면 부산항은 14개다. 일본 내 항만을 통하지 않고 바로 부산항으로 올 경우 운임이 훨씬 절약되고 선적 스케줄의 선택권이 많아진다는 게 BPA의 설명이다.
박제성 BPA 일본대표부 대표는 "화주 입장에서는 항만의 네트워크, 가격, 신뢰도가 중요하다. 특히 부산항의 강점인 네트워크는 운송시간 단축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말했다. 시모노세키와 부산 간 페리선을 운항하는 칸푸훼리의 구라타 다다스케 과장도 "이러한 부산항의 특징 때문에 모든 서비스가 간편하게 한 곳에서 이뤄진다. 시모노세키에서 부산항으로 가는 화물의 정시성도 뛰어난 네트워크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일본의 육상 운임료 상승이 예상돼 부산항의 장점이 한층 더 부각될 예정이다. 육상을 통해 일본 주요 항만으로 이동하던 화물을 부산항에 신규로 유치하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위종진 규슈산업대학 교수는 "내년부터 일본 내륙 화물차 기사의 추가노동 상한 시간이 생긴다. 운전기사의 수가 부족해지고 운임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일본 국무회의에서 지구온난화 대책이 결정돼 운송사업자가 이산화탄소 억제를 위해 노력해야하는 상황이 됐다. 이 또한 트럭 운임비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부산항 적체' 오해와 일본 정부 보조금은 과제
일본의 내륙 운송비 상승과 장기노선의 부재는 부산항에게는 기회다. 반면 부산항은 적체가 심하다는 오해와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한 일본 정부의 보조금 지원은 부산항이 일본 물량 확보를 위해 뛰어넘어야 할 과제다.
2021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화물 적체가 심각해지면서 부산항도 물류 대란을 겪었다. 이 과정에 무엇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일본 화주들에게 '부산항은 적체가 심하다'는 오해가 퍼졌다. BPA는 설명회를 통해 부산항의 적체는 미국과 중국에서 기인한 부분이 크고, 지난 5월 기준 부산항의 장치율은 68% 정도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혼다 구마모토 공장의 나가노 다케히토 부장은 "사실 이전까지는 부산항이 자국의 화물을 중시한다는 오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라며 "이번 설명회를 통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고, 내부적으로 부산항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검토를 시작했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일본 항만은 일본 화주들이 자국 항만을 이용하도록 기업들에게 인센티브 등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의 화주들이 일본 정부의 인센티브를 받는 것보다 부산항을 이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해야만 부산항 환적 화물 유치가 가능한 것이다. 이에 BPA는 시모노세키항과 함께 화주와 물류사업자가 부산항을 이용할 시 운임비를 1회에 한해 지원할 방침이다.
강준석 BPA사장은 "이번 설명회를 통해 부산항에 대한 일본 화주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항은 150개국 500항만과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큰 장점이 있다. 일본은 원양항로가 많지 않은 만큼 부산항 세일즈를 통해 일본과 상호협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모노세키·구마모토=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