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억을 떠올린 학생, 악당이 되기로 결심하다
아이컨텍 ‘악당의 색:퍼플’ 공연
21~23일 부산 동구 범일동 일터소극장
연극 이어 뮤지컬·신체극 공개 예정
여러 시대를 살아온 학생이 있다. 때로는 여학생, 어떨 땐 남학생인 삶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 학생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곧 혼돈의 시대가 올 것을 직감한다. 그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이 체제의 악당이 되기로 결심한다.
극단 아이컨텍이 오는 21~23일 연극 ‘악당의 색: 퍼플’을 부산 동구 범일동 일터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학생이 기존 체제에 저항하는 내용을 담은 창작극으로 부산 청년 극단 아이컨텍이 ‘악당의 색’ 시리즈로 공개하는 첫 작품이다.
‘악당의 색’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지원을 받은 아이컨텍이 내년까지 연극, 뮤지컬, 신체극을 연이어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주인공이 병든 사회에서 사건을 경험하며 악당이 되는 과정을 그리는 시리즈다. 특히 학교라는 작은 세계에서 관습과 체제에 불복하는 학생들 이야기로 사회 문제를 부각하려 한다. 연극 ‘퍼플(자색)’에 이어 뮤지컬 ‘레드(빨강)’와 신체극 ‘블루(파랑)’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연극 ‘악당의 색: 퍼플’은 다른 시대를 살아온 형석이 주인공이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꿈을 꾸면 과거 시대에 살던 자신의 기억이 떠오른다. 단순한 꿈이라 여기면서도 실재한 일이라고 본능적으로 느낀다.
형석은 자신의 신념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는다. 시대를 초월하며 조금씩 자아를 잃어가는 것을 거부하려 한다. 그는 모든 유산을 허물고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길 원한다. 시대가 정한 울타리에서 벗어나고자 악당의 길을 선택한다.
아이컨텍은 교육이 학생 개인보다 국가 발전과 체제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생각에 작품을 구상했다. 학생 대부분이 부국강병과 독립을 꿈꾸지 않고, 예전만큼 민주화와 통일을 목표로 교육받지 않는 시대라는 점을 떠올렸다. 학생들은 그보다 행복해지길 원하지만, 정작 그 방법을 잘 모르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작품을 쓰고 연출한 박용희 연출가는 “더 나은 성적은 더 나은 삶과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한 목표로 보인다”며 “학생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에 내몰린다”고 진단했다. 이어 “행복과 돈이라는 모순된 목표 아래 잃어버린 교육의 방향은 불안한 미래와 불행한 현실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며 “연극에서 형석은 100년이 지나서야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하는 것과 존재 이유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고 밝혔다.
박형석 역은 양승민, 서인애 역은 최지혜, 강이나 역은 최다은, 홍예나 역은 김주효, 이은태 역은 김경훈, 오하림 역은 정다빈, 최준 역은 전현준 배우가 맡는다.
2017년 창단한 아이컨텍은 저항 정신을 기조로 매년 창작극 2~4개를 만들고 있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 중장기 창작지원 연극 분야 사업에 선정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제41회 부산연극제에서 ‘룸메이트’가 우수연출상(박용희), 우수연기상(양승민), 베스트 앙상블상을 받았다. 스핀오프 작품인 여자 버전 룸메이트도 준비하고 있다.
공연은 오는 21일 오후 7시, 22~23일 오후 3시와 7시에 시작된다. 티켓 가격은 2만 1000원으로 아이컨텍 사이트에서 예매할 수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