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집에서 놀이” vs 학부모 “교실서 학습” 초등돌봄 ‘동상이몽’
부산 여평원 설문조사 결과
돌봄 장소·프로그램 인식 차
어른 편리성 위주 제공 대신
아동 욕구 맞게 추진 필요성
아동돌봄정책의 대상인 아동과 돌봄을 맡기는 학부모 사이에 돌봄 형태에 대한 선호도 차이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들은 학교 밖 편안한 공간에서의 쉼을 원하고, 학부모들은 학교와 같은 안전한 공간에서 학습 지원과 숙제 지도 등을 맡아주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도 2학기부터 시행되는 늘봄학교와 부산형 아동돌봄 시책에 아동의 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은 ‘부산형 초등돌봄체계 구축방안’ 마련을 위해 부산지역 초등 학부모 5038명과 아동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벌인 결과 이같은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현재 돌봄 관련 이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양육자 돌봄 비율이 76.8%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사설학원 이용(37.9%), 초등돌봄교실(26.5%), 조부모 등 친인척 돌봄(25.7%), 방과후 학교 연계형 돌봄교실(21.2%) 순이었다. 아동이 혼자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17.8%, 성인 보호자 없이 형제 자매만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10%로 확인됐다.
초등돌봄서비스 수요를 조사하기 위해, 선호하는 서비스 제공 장소를 묻는 질문에는 학부모와 아동 사이의 간극이 확인됐다. 학부모 72.9%는 ‘초등학교 내 교실’을 가장 선호하는 돌봄 서비스 장소로 꼽았다. 다음으로 집(13.5%), 주거지 인근 공동공간(9.4%), 주민자치센터 등 공공기관 내 공간(1.9%) 순이 뒤를 이었다.
반면, 조사 응답 아동들은 같은 질문에 대해 37.2%가 ‘집’을 1순위로 꼽았다. ‘아동센터·청소년센터·도서관 등의 공간(30.2%)’이 2순위였으며, ‘학교 내 교실(26.4%)’은 3순위로 밀려났다.
돌봄기관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질문에서도 아동과 학부모 사이에서 인식 차이가 나타났다. 아동의 경우 센터에서 하고싶은 활동 1순위로 ‘놀이(쉼, 자유시간)’라고 응답한 비율이 39.8%에 달했다. 그 다음으로 ‘체육활동(26.0%)’ ‘체험활동 프로그램(14.4%)’이 뒤를 이었다. ‘학습 및 숙제 지도’를 1순위로 선호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0%에 불과했다.
반면, 학부모의 경우 ‘학습 및 숙제 지도 프로그램(43.4%)’을 가장 많이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 ‘놀이와 쉼 중심의 프로그램(16.2%)’ ‘체험활동 프로그램(12.8%)’ 순이었다.
또 돌봄정책에서 아동의 의견을 반영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기관 선택 시 아동에게 ‘의견을 물었고, 반영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55.0%이었으며 ‘전혀 묻지 않음’은 39.8%였다. ‘의견을 물었지만 미반영’도 5.2%였다. 돌봄 기관에 대해 아이들 대다수는 ‘학교를 마친 후 친구들과 놀고 쉬고 간식 먹는 곳(49.6%)’ ‘학교를 마친 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42.0%)’이라고 생각했다. ‘숙제나 공부를 도와주는 곳’이라는 응답은 8.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돌봄정책이 어른들의 편리성 위주로 제공되기 보다, 아동의 욕구와 발달과정에 맞춰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중심의 돌봄 확대를 추진함과 동시에 지역기반의 다양한 주체들에 의한 초등돌봄 확대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영미 교수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차원의 범위를 넘어서 돌봄 환경에서 아이들이 쉴 권리와 놀 권리, 스스로 결정하면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지자체와 교육청, 지역사회의 다양한 민관 주체들이 참여하는 통합적인 돌봄 운영체계를 마련하고 지역 기반의 초등돌봄 네트워크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