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행정국장-의회의장 갈등에 군민 ‘이맛살’
국장, 노조 게시판에 의장 비판
“인사차 방문 문전박대 모멸감”
의장, 같은 게시판 글 올려 반박
“일방적 주장 의원 이미지 실추”
진실 공방에 지역민 “안타깝다”
경남 함양군 행정국장이 공무원노조 게시판에 군의회 의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의장에게 부당한 횡포를 당해 위협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는데, 의장은 행정국장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김성진 행정국장은 지난 14일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 함양군지부 자유게시판에 ‘함양군민에게 고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국장은 “지난 6일 새로 부임한 부군수와 함께 의장실에 부임 인사를 갔다”면서 “박용운 의장이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으니 나가라고 해 밖에서 대기했다”고 당시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군수 부임 인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국장은 “박 의장이 말 없이 차를 타고 이동하려고 하자 ‘부군수가 부임 인사를 왔는데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한 뒤 헤어졌다. 이후 의회 2층에서 우연히 만나 오전 일을 사과했지만 박 의장이 대뜸 ‘밤길’이라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밤길의 의미를 물었지만 의장은 대화를 거부하며 의장실로 들어갔다”면서 “신변의 위협과 함께 씻을 수 없는 모멸감을 느끼고 있는데, 군에 근무하는 600여 공무원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부당한 처사를 당하고 있겠냐”며 박 의장의 행동을 비판했다.
김 국장은 이 같은 박 의장의 행동 배경에 인사개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하반기 정기인사를 단행하면서 행정국장이 군청 인사발표 전에 의장에게 사전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군수 부임 인사를 거부한 것”이라며 “계속 공무원 인사권에 개입하고자 한다면 의장이라는 직위를 남용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김 국장의 글이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박 의장도 같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반박에 나섰다.
박 의장은 “행정국장이 부군수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장에게 고성을 지르고 막말을 해 주위에서 말린 사실이 있다”면서 “사전 조율 없이 의회를 방문하는 것은 함양군민과 의원 전체를 무시하는 공무원의 작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밤길이라는 짧은 한마디를 협박과 신변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일방적인 해석으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밤길은 의장인 본인이 밤길 무서워 다닐 수 있겠냐는 함축적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특히 “하반기 정기인사와 관련해 승진·전보 등에 일체 관여한 적이 없다”면서 군의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공무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김 국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두 사람의 게시글은 16일 현재 1000건 안팎의 조회수와 함께 수십여 건의 댓글이 달리고 있으며, 반박의 재반박 등 진실공방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 지역민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누가 이기고 지든 양측의 갈등이 지역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군의 청렴도가 높아질 수 있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