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잡으면 용하지” 성소수자에 사기행각… 신고 당하자 ‘아웃팅’ 협박까지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데이트 앱으로 만난 7명에게 2900만 원 갈취
“같은 처지 피해자의 신뢰 악용” 징역 3년 선고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데이트 앱으로 만난 같은 성소수자에게 사기를 치고 경찰에 신고 당하자 되레 피해자 직장에 아웃팅(성 정체성이 당사자 동의 없이 공개되는 것)하겠다고 협박한 3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11부(이대로 부장판사)는 사기와 절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460여만 원 상당 배상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부산에서 성소수자 데이트 앱을 통해 만난 B 씨에게 직업군인 행세를 하며 “군대 상사에게 줄 돈이 있는데, 내가 알려준 계좌로 돈을 보내주면 나중에 현금으로 주겠다”고 속여 40만 원을 빌리는 등 총 125만 원을 뜯어내 갚지 않았다.

같은 해 9월에는 검찰 마약수사관이라고 다른 피해자를 속여 상품권 구입비를 대신 내게 하는 등 총 127만 원을 챙겨 달아났다.

A 씨는 이렇게 같은 성소수자임을 내세워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피해자 7명에게 접근한 뒤 돈을 빌리거나, 가상화폐 등에 투자해 돈을 벌게 해줄 것처럼 속여 총 2900만 원 상당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 씨는 일부 피해자가 자신을 경찰에 신고하자 다시 데이트 앱을 통해 해당 피해자에게 접근, “나 잡으면 용치(용하지)”, “기대해. 선전포고하러 왔다”고 조롱하거나 직장에 사진을 뿌리고 성소수자인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그는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교정 공무원이 “일과시간에 취침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자 TV 등을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성소수자로서 같은 처지에 있는 피해자들의 신뢰를 이용해 범행했고, 여러 차례 처벌 전력이 있는데도 같은 범행을 반복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