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가계 부채
2021년 이후 금리 인상 여파
소득 대비 증가 속도 세계 2위
주춤했던 대출 최근 또 증가세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빚 부담 정도나 증가 속도가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중반 이후 이어진 금리 인상 랠리의 후폭풍인데,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하고 있어 가계의 빚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3.6%로 집계됐다. 이는 조사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가운데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한국은 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 정도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속도 역시 주요국 중 두 번째로 빨랐다. 한국의 지난해 DSR은 전년인 2021년(12.8%)과 비교하면 0.8%포인트(P) 상승했다.한국의 DSR 수준이나 증가 속도가 호주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것은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리인상기를 맞아 주춤하던 가계대출이 최근 증가세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이에 DSR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062조 3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이다가 4월 이후 석 달 연속 증가했고, 특히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3조 5000억 원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심각한 가계부채 수준이 한국경제의 성장을 막고 자산불평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105.0%로, 주요 43개국 가운데 스위스(128.3%)와 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