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차도 참사 3년, 부산 여전히 불안하다
21곳 자동·원격 차단시설 구축
수위 15㎝ 전부터 통제 관례화
우수관·배수펌프 등 용량 확대
새로운 기준 다 맞추기엔 역부족
50년 빈도는 32곳 중 4곳 불과
3년 전 부산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3명이 숨진 ‘동구 초량 지하차도 참사’ 이후 부산은 지하차도 침수 대응을 위한 안전 인프라는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여전히 일부 대책들은 예산상의 문제로 답보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침수 근본 대책인 저류조 확장이나 빗물 관련 설비의 용량 확대는 곳곳에서 추진되지만, 수년 뒤에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참사 약 2년 5개월 만인 지난 3월 초량지하차도 일대 5만 4344㎡가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가’ 등급으로 지정됐다. 이는 대책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는 뜻으로, 자연재해대책법에 따라 재난이나 재해를 예방하는 사업에 대해 국비 예산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동구청은 부산과학체험관 지하에 가로 20m, 세로 50m 저류조를 설치할 계획이다. 2024년 실시설계용역 뒤 2028년께 저류조가 마련되면, 1분당 빗물 480t을 처리하는 펌프가 설치돼 빗물 총 7000t을 보관할 수 있다. 저류조가 완성되면 초량지하차도는 침수 대응력이 상당히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초량지하차도 뿐만 아니라 부산 지하차도 대부분은 사전 도로 통제, 자동차단시설 설치가 이뤄졌다. 부산시에 따르면 사고 이후 부산지역 지하차도 중 자동차단시설이 없던 21곳에 28억 원을 들여 시설을 설치했다. 또 지하차도 내 수위가 15cm를 넘기 전부터 미리 진입을 차단해 혹시 모를 사고를 막는다.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지하차도 내 침수 수위 15cm 이상 △호우경보 이상의 기상특보 발효 △지자체 판단에 따른 침수위험 높다고 판단되면 지하차도를 통제할 수 있다.
오히려 최근 한참 쏟아지다 곧 맑게 개는 ‘게릴라성 폭우’가 이어지면서 ‘일단 막자’는 식의 도로 통제로 민원이 빗발치기도 했다. 17일 부산에는 오전 7시를 기해 기상청이 호우주의보를 발효했지만, 실제 비는 거의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기상특보에 따라 공무원들은 침수되지 않은 지하차도라도 진입을 막아세워야 한다. 동구청 관계자는 “기상특보가 발효된 상태라 진입을 막았는데, 비가 오지도 않고 지하차도에 물이 전혀 차있지 않아서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쏟아지는 빗물을 처리하는 우수관과 빗물펌프장의 처리 용량 확대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1월 환경부 하수도설계기준 개정으로 재난 예방을 위해 우수관과 빗물펌프장의 강화된 기준이 제시됐다. 그러나 강제 규정이 아닌 권고 규정이고, 수십년 동안 부산 전역에 설치돼온 우수관과 펌프장의 용량을 모두 높이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021년 하수도통계에 따르면 부산지역 빗물펌프장은 32곳이 있는데, 이 중 50년 빈도가 적용된 펌프장은 4곳에 불과하다.
환경부 기준에 따르면 최소 설계빈도(일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비가 내린 날을 기준으로 강수량을 해결할 수 있는 용량)는 지선관로 10년, 간선관로 30년, 빗물펌프장 30년이고, 방재상 필요에 따라 지선관로 30년, 간선관로 50년, 빗물펌프장 50년 이상으로 늘려 설치할 수 있다. 부산시 공공하수관리과 관계자는 “침수이력이 있는 지역에는 기준을 높여 50년으로 설정해 관로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폭우 시 증가하는 산사태의 위협도 여전하다. 시는 토양의 함수율이 높아 산사태 우려가 있다고 보고, 산사태 대책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시는 산사태 취약지역 377곳을 관리하며 매년 20~30곳에 산사태 방지 사업을 시행한다. 올해는 23곳에 사방사업이 완료됐다. 시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생활권과 가까워 인명이나 재산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은 사방사업을 우선 시행한다”며 “예산 부담이 커 국비 70%를 확보해 진행한다. 현재 산사태 위험이 크지만 사방사업이 실시되지 않은 곳은 없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