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쪼그라드는 BIFF 공간… 영화의전당 맞나?
부산시, 9층에 ‘들락날락’ 계획
영사·자막 등 기술 인력 머무는 곳
접근성 떨어진다 비판에 변경 추진
티켓 부스 자리엔 음식점 들어서
전용관으로 출발, 입지 축소 논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인사 내홍 사태 후 올해 행사 성공 개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영화의전당 내 BIFF의 가용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011년 BIFF 전용관으로 건립한 영화의전당을 정작 영화제 기간에 BIFF를 중심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가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내에 설치하려던 어린이복합문화공간 ‘들락날락’의 위치 변경이 검토되고 있다. 시는 지난해 2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시네마운틴 9층(926㎡)에 들락날락 설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 공간이 BIFF를 포함한 각종 영화제 기간에 영사·자막 기술팀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라 BIFF 안팎에서 반대 의견이 이어졌다. 결국 시는 최근 더 좁은 비프힐 1층의 착시미술관(462㎡) 자리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한발 물러섰다.
시네마운틴 9층은 BIFF뿐 아니라 지난 16일 폐막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BIKY) 등 지역에서 연중 개최되는 여러 영화제 기간에 기술 인력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다. 이런 이유로 영화의전당 내부에서도 “어린이복합문화공간으로 쓰기보다는 차라리 영화제와 행사 관계자들이 쓸 수 있는 공간으로 정비하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BIFF 김형래 홍보실장은 “영사·자막 기술팀 인력이 주로 쓰는 9층은 상영관과 가장 가까워 사고 발생 시 가장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이곳 대신 만약 외부 공간 등을 임대해 사용해야 한다면 행사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사용하기엔 접근성이 낮다는 점도 문제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까지 올라간 뒤 길쭉한 복도를 통해 진출입을 함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 동선이 얽힐 수 있어 단체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BIFF 사태’ 이후로 시가 영화제 성공 개최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BIFF의 공간 부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화의전당 김진해 대표는 지난해 초 부임 후 BIFF에 임대료를 받는 방안을 검토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와 함께 영화제 기간에 게스트 라운지와 티켓 부스 등으로 활용하던 비프힐 1층 공간을 지난해 음식점으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 식당은 수익성 악화 등으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최근 폐업했다. 영화의전당 측은 “이 공간을 향후 다른 식당에 임대할지, 별도 용도로 사용할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BIFF는 영화의전당 내 가용 공간이 줄면서 매년 행사 때마다 공간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산대영화연구소 문관규 소장은 “영화의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으로 설립된 목적과 정체성에 맞게 활용되어야 한다”며 “수익성이나 경제적인 가치보다 공공재로서 시민의 질 높은 문화생활 향유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들락날락 위치 선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시는 내년 3월에 계약 기간이 끝나는 비프힐 1층 착시미술관 자리로 위치를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린이들이 영화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 방안은 용역을 거쳐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시 영상콘텐츠산업과 관계자는 “위치 변경과 관련해 영화의전당과의 합의 등 최종 결정만 남은 상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