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좀 더 괜찮은 생명체가 되어 볼까?"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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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란 장편동화 ‘그냥씨의 동물직업 상담소’
기후 위기, 도시 속 야생 동물의 삶 등 다뤄

<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 창비 제공 <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 창비 제공

안미란 동화작가. 부산일보DB 안미란 동화작가. 부산일보DB

‘그냥’의 뜻을 생각해볼까. 부산의 안미란 동화작가가 출간한 110여 쪽의 장편 동화 <그냥 씨의 동물 직업 상담소>(창비)는 ‘그냥’의 뜻을 곰곰 새기게 한다.

이 작품은 생각거리가 들어 있는 동화다. 기후 위기, 도시 속 야생 동물의 삶, 이주 노동자의 노동권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생각하게 하는 동화이니까 자칫 무거울 수 있다. 그걸 덜어내는 지점이 ‘그냥’이다. ‘그냥’은 억지로 이것저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스스럼이 없는 그저 그런 상태를 말한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무엇에 속박받는 것보다는 ‘그냥’ 그런 상태가 좋다고 할 때 그 ‘그냥’이다.

이 작품 주인공 이름이 ‘그냥 씨’다. 저마다 이유로 도시를 찾은 동물들에게 직업을 찾아주거나 도움을 베푸는 고양이 이름이다. 복잡한 도시 속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그냥’의 상태가 되기 위해서는 ‘그냥 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시는 얼마나 복잡할까. 비둘기는 도시 개발로 집을 잃었고, 황조롱이도 마찬가지다. 너구리는 환경 파괴와 생태 교란으로 굶주리며, 급기야 아기 너구리는 어미를 잃고 방황한다. 어미 너구리는 산 한가운데 뚫린 터널에서, 피가 엉겨붙은 너구리 털뭉치가 발견된 것으로 봐서 끔찍한 사고를 당한 것 같다.

그런데 어려움에 처한 아기 너구리를 돕기 위해 모든 동물들이 나서는 것이다. 저마다 ‘그냥’ 나서는 것이다. 그 모습이 ‘그냥’ 훈훈하다.

작가는 “마음먹은 대로 실천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면서 이 동화를 썼다”며 “글을 쓰면서 좀 괜찮은 생명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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