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과학과 안심 사이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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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규 해양수산부장

정부 오염수 방류 대응 ‘괴담 대 과학’ 구도 집중
방류 과정 개입·감시할 구체적인 방법 제시 필요
일본 검역 조치 지키고 특별법 제정도 서둘러야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시작해 한 달이 넘었다. “오염수 관련 괴담 때문에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고 어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과학에 기반해 현 상황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브리핑을 매일 열고 있다.” 일일 브리핑을 하는 이유에 대한 공식 설명이다. 오염수 방류 관련 대표적인 ‘괴담’과 정부의 반박을 담은 카드 뉴스도 만들어 대대적으로 배포했다. 카드 뉴스 표지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10가지 괴담’이라는 제목 아래 ‘과학과 진실로 국민 건강을 지키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넣었다.

‘괴담 대 과학’은 현재 정부가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응하는 핵심 프레임이다. 여기서 ‘과학’은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방사능 물질을 제거 또는 희석해 배출 기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방류할 예정이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 바다와 수산물은 안전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핵종제거장치로 걸러지지 않아 특히 논란이 되는 삼중수소의 경우 우리나라를 비롯해 모든 국가가 원전에서 발생하는 삼중수소를 배출 기준에 맞춰 바다에 방류하고 있고, 도쿄전력의 삼중수소 배출 목표 농도는 우리나라의 배출 허용치보다 훨씬 낮다는 설명도 있다.

적극적인 과학적 설명은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다. 방사능 문제가 먹거리 불안에 미치는 파급력은 다른 식품 안전사고보다 크고 오래 가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2013년 7월에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듬해 해양수산부는 사고 후 5개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산물 상위 15개 품종에서 월 평균 작게는 약 161억 원에서 최대 375억 원대 피해가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2021년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이후 소비자시민모임 조사에서는 소비자의 91.2%가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과학이 곧 국민의 안심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일본 오염수 방류 계획의 안전성만 강조하다 보면 수산업 보호라는 명분과 달리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과학을 외면하는 과장은 무책임하지만, 오염수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정당한 지적조차 ‘괴담’으로 모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일본은 이르면 다음 달 방류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는데도 정부는 방류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조차 미루고 있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째,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상당 기간 이번 방류보다 훨씬 많은 양의 오염수가 통제되지 않은 채 후쿠시마 앞 바다에 유출됐다. 당시 유출된 오염수 방사능 물질은 핵종이나 농도 데이터를 알 수 없고, 이 같은 환경은 식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계속해서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일본 내 다른 지역 수산물에도 엄격한 검역을 요구할 수 있는 배경이다. 원전 사고 이후에도 국내 해역과 수산물은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는 것과 별개로 일본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를 유지하는 일은 국내 수산업과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일번 과제다.

둘째, 방류 기간 동안 우리 정부가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감시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로 오염수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끝났으니 국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이야말로 ‘가짜 뉴스’다. 오염수 방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고, 30년 또는 그 이상 계속될 예정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사고 원전 상태는 불안정하고, 도쿄전력은 과거 오염수 유출 사실을 은폐한 전력이 있다. 극단적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류나 해양 생태계에 예측 못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오염수 방류가 끝나면 더 길고 까다로운 폐로 과정이 남아 있다. 방사능 유출의 위험도 더욱 커질 수 있다. 지금 우리 정부가 검증에 참여할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늦다.

마지막으로 방류가 시작되기 전에 보다 과감한 수산업계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수산물 비축 예산 확대와 소비 쿠폰 등 지원책을 내놓았다. 업계는 예산 규모와 정책의 구체성 모두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피해 어업인 지원기금과 소비 위축에 따른 피해 복구 대책 마련, 대통령 소속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담은 특별법은 이미 발의됐다. 정부는 “아직 피해가 현실화되지 않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10년 전의 고사 위기를 기억하는 수산인들에게는 한가한 소리다. 하루빨리 특별법 제정 논의에 나서는 것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고, 그것이 진짜 ‘민생정치’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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