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 노동·경영계 모두 불만
내년 최저임금 시급 9860원 결정
2.5% 인상, 물가 전망치도 못 미쳐
시급 1만 원 ‘벽’ 올해도 못 넘어
최종안 표결, 경영계 안 채택돼
2024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 9620원보다 240원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되면서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노동계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면 경영계는 경기 침체 등의 이유를 들며 동결 수준을 이루지 못해 유감을 표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86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206만 74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시작부터 진통을 겪었다. 본래 지난 4월 18일 1차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편 밑그림을 그린 공익위원 간사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공익위원 사퇴를 요구하며 시작부터 파행됐다. 지난 5월 2일 다시 열린 1차 전원회의에서도 노동계는 권 교수 사퇴를 요구하며 양측의 신경전은 이어졌다. 이후 근로자위원인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고공 농성을 벌이다 구속돼 위원에서 직권 해촉되면서 심의에 악영향을 미쳤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1만 2210원과 9620원을 제시했다. 격차는 2590원이었다. 노사는 11차례 수정안을 제시한 끝에 최종안으로 각각 1만 원과 9860원을 놓고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결과 경영계안 17표, 노동계안 8표, 기권 1표로 경영계안이 채택됐다.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지닌 공익위원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결정돼,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2.5%로 역대 두 번째로 낮고, 기획재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3.3%보다도 낮다. 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정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한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노사공 사회적 합의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그 존재와 가치를 상실했다. 그 결과 역대 최저 수준의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에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이 커진 것에 유감을 나타냈다. 특히 업종별 차등 적용 등 최저임금 결정 제도 전반을 개선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잇따라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저임금위의 결정은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본다”면서도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