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양초등 ‘콘크리트 숲’ 위기 벗어나나
교육환경평가 심의 보류 결정
교육청 “양측 협의 후 재심의”
학부모·교사 피켓 시위 나서
“아이들 교육환경 지켜 달라”
속보=동서고가로와 아파트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사상구 주양초등 운동장 앞에 28층 아파트가 추진돼 열악한 교육환경이 더 나빠진다는 우려(2023년 7월 6일 자 6면 보도)와 관련해 부산시교육청이 교육환경평가 관련 결정을 보류했다.
부산시교육청은 19일 열린 교육환경보호위원회를 열고 사상구 주례동 주양초등 인근 28층 짜리 A 아파트 건립 시행사가 제출한 교육환경평가서를 심의했다고 20일 밝혔다. 심의를 통해 평가서에 대한 결정을 보류하기로 했다. 학교와 시행사가 충돌하는 사안에 대해 양측이 추가적인 협의를 거치면 다시 심의하겠다는 것이다.
위원회에서는 통학로 안전 조치 계획과 방음벽 설치 계획 등 교육환경 보호조치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이뤄졌다고 전해진다. 양측이 갈등하는 지점인 아파트 층수 조절과 관련해서는, 학교 건물뿐만 아니라 운동장도 교육 공간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 개최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5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주양초등 학부모와 교사 등 20명은 시교육청에 모였고, 정문에서 번갈아가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피켓 시위에 참여한 주양초등 체육전담교사 조석현 씨는 “우리 학교는 구조적으로 일조가 열악하다. 운동장 앞에 28층 건물이 지어지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다”며 “자연이 주는 환경을 어린시절에 누리지 못하고 자란다면 이 또한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발달 과정에서 필요한 일조와 환경이 있는데, 시간이 지난 뒤 결핍을 채우려면 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양초등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김기남 씨도 이날 피켓을 들고 교육환경 보호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 씨는 “아이가 처음에 아파트 건립 소식을 듣더니 ‘엄마, 안 돼’라고 했다”며 “운동장은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자주 뛰어논 공간이고, 주말이나 저녁이면 유치원생부터 동네 어르신까지 나와 운동하는 이 지역의 허파 같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앞서 주양초등 운동장에서 56m 떨어진 곳에 28층 높이 A 아파트의 건립이 추진돼 논란이 일었다. A 아파트는 지상 28층 3개 동에 총 152세대 규모인데, 시행사는 지난해 사상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학교 측은 사업대상지 바로 옆에 20층 짜리 또다른 아파트가 건축되는 등 기존에도 열악한 학교 환경이 더욱 나빠질 것을 우려해 아파트 층수를 조절하라고 요구해왔다. 주양초등은 부지가 좁아 학교 건물과 운동장이 육교로 연결된 아령 모양의 형태인데, 학교 건물은 17층 짜리 건물에 가로막혀 있고 운동장은 10여 m 거리에 동서고가로가 지나간다.
시행사는 교육청에 교육환경평가 승인을 받아야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수 있다. 학교와 시행사가 갈등하는 핵심은 층수 조절인데, 앞서 시행사가 1~2개 층 조절과 발전기금 납부를 제시했으나 학교 측은 거부한 바 있다. 학교 측은 8층 가량 층수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