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본질적인 삶의 가치 탐색
인디고 바칼로레아/인디고 서원
20년간 청소년 대상 인문학 수업
문학·역사·철학 등 6개 분야 다뤄
인디고 서원은 2004년 부산에서 문을 연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다. 이곳은 20년간 삶을 위한 책 읽기와 토론 수업 등 인문학 수업을 진행해 오며 청소년들의 창의력과 공감능력을 함양해 왔다. ‘인디고 바칼로레아(Indigo Baccalaureate)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소통과 공감, 균형 감각과 도전 정신 등을 갖추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인디고 바칼로레아1-삶을 위한 질문과 토론>은 공부는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고,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일이며, 모두에게 이로운 혁명이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진행된 ‘인디고 바칼로레아 시리즈’ 첫 권이다. 인디고 서원의 서가를 대표하는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 등 6개 분야의 큰 질문을 싣고 청소년들과 함께 깊이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첫 장인 ‘문학이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다. 문학은 그 누구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는 현실에서 잘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중심에 서기도 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일상에서 약하고 고통받는 존재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거나 부조리한 사건을 발견하게 하고, 잘 알지 못했던 작은 생명들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다. 귀족 정치인이었던 빅토르 위고는 인간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세력에 환멸을 느끼며 반정부 세력으로 돌아섰다. 그러면서 민중들의 삶을 낱낱이 보게 되었는데, 그 삶이야말로 정말 써 내려가야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1832년 6월 혁명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 바로 그의 대표작인 <레 미제라블>이다. 작품 발표 후 문인들과 귀족들은 저급한 작품이라 비난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비로소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을 만났고, 돈을 모아서 책을 사 돌려가며 읽었다고 한다. 이 작품을 통해 미천하고 가난한 자들이, 잘못된 법에 희생된 사람들, 그리고 스스로 선하고 정의로운 시민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레 미제라블은 혁명적 소설이자, 세계 문학이 될 수 있었다.
인디고 서원은 더 나아가 독자의 역할을 강조한다. 문학에 세상의 변화를 만들 잠재력이 있다면, 그 잠재성의 실현은 오로지 독자의 몫이라는 것이다. 문학을 읽으며 과연 문학의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의문을 가져야 하며, 단순히 글 읽기에 목적만을 두기보다는 한 발짝 나아가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라고 제안한다. 문학이 말하는 상황 속에서 충분히 아파해 보고, 그 고통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보기 좋은 단어들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만의 의미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단다. 문학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읽고 쓰며, 삶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사·사회 부분 ‘나에게도 전쟁을 막을 책임이 있는가?’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겪은 동화작가인 올가 그레벤니크가 쓴 <전쟁일기>가 나온다. 사랑스러운 두 아이의 어머니인 그는 전쟁은 일상을 빼앗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돈이 아무 쓸모없는 숫자에 불과해지는 삶,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삶, 불안과 공포가 익숙해지는 삶. 전쟁은 모든 것의 파괴라고 역설한다. 이 르포 작품을 읽으면 전쟁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처럼 <인디고 바칼로레아1>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는 본질적인 삶의 가치를 접하게 한다. 인디고 서원 지음/궁리/200쪽/1만 5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