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 “신뢰하는 사람들이 서로 구하는 이야기”
1987년 레바논 납치 실화 바탕
하정우·주지훈 모로코서 촬영
연대와 신뢰, 재난 극복 동력
“실화 안에도 사람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영화 ‘비공식작전’을 만든 김성훈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이 작품은 1987년 레바논에서 있었던 한국 외교관 납치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넷플릭스 ‘킹덤’ 작업차 떠난 체코행 비행기에서 이 이야기를 접했다”며 “실제 이 일을 겪은 당사자를 부각하지 않고 주변 인물이 그를 구하러 가는 과정에 더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김 감독의 스크린 신작은 ‘터널’(2016) 이후 7년 만이다. 바로 전작은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과 ‘킹덤 시즌2’ ‘킹덤:아신전’이다. 이번 작품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제작돼 모든 과정이 ‘산 넘어 산’이었단다. 모로코 현지 촬영도 코로나 확산으로 한 차례 무산됐었다. 그는 “처음에 선발대가 40명 정도 가 있었다”며 “후발대 출국 6일 전에 국경 문이 닫혀서 미리 가 있던 스태프들이 부랴부랴 돌아온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감독은 “두 번째 나가려고 했을 때도 오미크론이 확산해 못 갈 뻔 했다”면서 “다행히 모로코 쪽에서 허가를 내줘서 우리만 유일하게 들어가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방호복을 입고 활주로를 걸어서 들어갔어요. 참 기억에 남는 경험이에요. 현지 주민들도 너무 잘 챙겨주더라고요. 옛날의 한국같이 정 많고 따뜻한 곳이었죠.”
캐릭터들의 시원한 액션과 유머 있는 대사는 영화의 맛을 끌어올린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초원과 구불구불한 흙색 골목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추격 액션은 관객에게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김 감독은 “1980년대에 나온 벤츠 차량을 10대 정도 썼다”며 “몇 달 전부터 주민들의 동의를 받고 최대한 조심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진지한 이야기라도 관객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미있게 만들어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가장 쓴맛일수록 단맛으로 만들어 먹기 쉽게 만들려고 했다”고 했다. “깊고 진한 이야기에 액션 외피를 둘렀어요. 신뢰로 엮인 사람들이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주연 하정우와 주지훈의 밀고 당기는 연기 호흡은 작품의 몰입감을 더한다. 하정우의 본명은 김성훈으로, 김 감독과 이름이 같다. 감독 김성훈과 배우 김성훈이 의기투합해 완성한 합작인 셈이다. 김 감독은 “하정우 씨와 주지훈 씨는 제 마음을 너무 잘 안다”며 “저는 MBTI가 내향형인 INFJ에 트리플 A형이라서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편인데 귀신같이 마음을 맞추더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 두 사람이 23년 같이 산 아내보다도 제 마음을 더 잘 아는 것 같다. 늘 나를 확장하게 하는 배우들”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간 작품에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왔다. 이번 작품도 겉보기엔 화려한 액션이 가득하지만, 그 중심엔 사람이 있다. 김 감독의 작품에서 사람 간의 연대와 신뢰는 어두운 재난을 딛고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힘으로 작용한다. 감독은 “아무래도 그런 가치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런 거라도 있어야 힘을 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