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전자’ 지우고… 간판 바꿔 다는 특성화고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서부산공고, 부산항공고로 개명
동의공고→동의고, 여학생 모집
학과도 개편해 생존 전략 짜기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의 특성화고들이 재도약을 위해 ‘간판 교체’에 나섰다. 학교명을 바꾸거나 학과를 개편하는 등 생존 전략 짜기에 분주하다. 특성화고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자구책 마련 필요성이 커진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20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 6개 특성화고가 학과 개편에 나선다. 사상구 서부산공업고등학교는 2024년부터 부산항공고로 교명을 변경하고 항공정비과, 항공기계과, 항공전지전자과 2개 학급씩 6개 학급 96명의 신입생 모집에 나선다. 부산에 고등학교 단계의 항공 인력 양성 기관이 없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산시, 부산시교육청이 지난해 4월부터 학교 체질 개선을 준비했다. 서부산공고는 내년 3월까지 15억 원을 투입해 항공 관련 실습실 등을 구축하는 공사를 이달부터 시작한다.

금정전자고와 동의공업고는 학교명에서 ‘공업’과 ‘전자’를 지운다. 동의고로 이름을 바꾸는 동의공업고는 내년부터 신입생 여학생 모집을 시작한다. 금정전자고의 경우 금샘고로 이름을 바꾸고 전자컴퓨터과를 컴퓨터소프트웨어과로 학과를 개편한다. 컴퓨터과학고는 요즘 학생들의 관심도를 반영해 e스포츠게임과를 신설한다. 대양고 역시 전기전자과를 줄이고 e스포츠게임과를 만든다. 특성화고는 5년에 한 번 단위로 학과 변경, 교명 변경을 신청할 수 있는데 6개 특성화고가 개편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의 경우 배정미래고, 부산자동차고가 학과 명칭 변경만을 진행했다.

시교육청은 학과 개편을 지원하기 위해 학급당 2억 5000만 원을 주고 컨설팅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학과 개편을 통해 직업계고의 경쟁력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미래 사회에서 요구하는 전문기술 습득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같은 특성화고의 대변신은 최근 들어 하락세에 접어든 특성화고 신입생 충원율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부산 32개 특성화고의 충원율을 보면 올해 93.8%로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충원율을 기록했다. 2021년 100%를 기록한 뒤 해마다 3~4%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산의 한 특성화고 교장은 “전문대뿐 아니라 4년제 대학 등에서도 기존 특성화고에서 있는 학과를 대거 개설해 학생들이 대학에 가서 적성을 찾자는 문화가 짙어지는 듯 하다”며 “살아남기 위한 지역 특성화고 간 경쟁은 해마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