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대체거래소 유치·금융특구 도입” 공식 선언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금융산업 육성계획 발표
대체거래소 부산행 본격 추진
파격 인센티브 부여 특구 구상
“글로벌 금융중심지 기반 구축”
세부안 없어 ‘선언적 구호’ 우려도

20일 부산 남구 아바니센터럴부산에서 열린 ‘부산금융중심지 발전협의회 기관장 회의’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20일 부산 남구 아바니센터럴부산에서 열린 ‘부산금융중심지 발전협의회 기관장 회의’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내년 금융중심지 지정 15주년을 맞는 부산시가 국제 금융도시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부산시는 한국거래소 기능 분산으로 금융중심지 부산의 위상 약화가 우려되는 대체거래소(ATS)의 유치 의지를 처음으로 공식화하고, 정치권에서 입법 검토 작업에 나선 금융특구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세부 실천 방안은 계획에 포함시키지 않고, 선언적 구호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부산시는 20일 남구 아바니센트럴부산에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입주기관, 금융 유관기관 등이 참여한 ‘부산금융중심지 발전협의회 기관장 회의’를 갖고 부산 금융산업 육성계획을 발표했다.

부산시는 “금융중심지 지정 이후 15년이란 시간 동안 부산국제금융센터 단계별 조성, 금융전문인력 양성, 핀테크·불록체인·디지털 기반 신성장 동력 발굴 등 금융도시로의 어느정도 기반은 갖췄지만 충분한 금융기능이 확보되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육성계획을 수립했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육성계획을 살펴보면 △집적된 정책금융기관과 디지털 역량을 바탕으로 금융산업 여건 극대화 △특화금융(해양·파생)과 전략적 관계망(네트워크)을 활용한 목표 금융사 유치 △영업·정주 환경 개선을 위해 금융특구 제도 도입 등 3대 중점 전략이 뼈대를 이룬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중심지 기반 구축, 금융기관 집적 효과 극대화, 아시아 디지털금융중심지 도약, 해양·파생 금융 혁신 등을 추진하겠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이날 회의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대목은 금융특구 제도 도입과 자본시장인프라 확대를 위한 ATS 유치다. 우선 금융특구는 최근 국회 법제실과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공동으로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부산시도 고용·경영 여건 등에 대해 포괄적인 네거티브 규제와 구체적인 인센티브가 부여된 금융특구를 구상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지만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외국인 투자 한도가 없는 UAE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와 자본 이득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없고 개인이 법인으로부터 받은 이자·배당소득는 과세하지 않는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더불어 부산시가 이 자리에서 대체거래소 유치를 공식 선언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쏟아졌다. 그간 부산시는 ATS는 국내 증권사가 모인 민간 법인인 데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국거래소 지위 하락을 우려해 ‘유치’라는 표현을 꺼려왔다. 하지만 이날 입장을 완전히 선회해 본격적으로 대체거래소 유치전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유치 계획에 대한 세부적인 전략과 구체적인 방향은 제시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일각에선 2009년 부산이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세계 각국 도시의 금융 경쟁력을 측정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평가 중하위권을 반복하고, 해외 금융사 유치 성과도 전무한 과거의 전철을 다시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다.

부산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제6차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한 지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부산은 아직 세부적인 전략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속도를 내서 서울과의 금융 산업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번 계획은 부산이 경쟁력 있는 국제금융도시가 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국제 중심도시는 사람·물자·돈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기능을 충분히 갖추어져야 한다”며 “젊은 인재가 모여서 지역에 정착하고, 지역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