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부터 로스팅까지 모두 다 하는 ‘유럽 커피 수도’ ['커피 음용 140년' 부산, 커피 허브로] 2.
['커피 음용 140년' 부산, 커피 허브로] 2. 커피도시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커피 허브항 갖춘 이탈리아 북부 소도시
생두 보관 항만서 로스팅해 바로 수출
로스팅·전문 물류·커피 머신 회사 발달
글로벌 기업 ‘일리카페’ 본사 소재지
1년 내내 도시 곳곳서 커피 관련 행사
이탈리아 북부 거점도시 베니스에서 기차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트리에스테는 유럽 대표 커피도시다. 글로벌 커피회사 일리카페의 본사가 있는 곳이자 커피 수출입부터 물류, 유통, 가공까지 이어지는 유럽 내 유일한 커피도시로 시민의 자부심도 높다. 트리에스테는 자유무역지대인 트리에스테 항구를 활용해 동유럽과 북유럽, 지중해 지역으로 수출하는 거점 항구로 여전히 커피 허브항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커피 역사와 산업 다 갖췄다
트리에스테는 인구 약 23만 명의 소도시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해 베니스와 함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그래서 오스트리아 건축 양식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유럽의 흔한 소도시 중 하나같지만, 트리에스테시는 유럽에서 제일 첫손에 꼽히는 커피도시다.
트리에스테시 정부는 트리에스테를 ‘커피도시(city of coffee)’ 혹은 ‘커피 수도(capital of coffee)’로 홍보할 정도다. 주 정부가 지원하는 ‘트리에스테 커피 축제’, 민간에서 주관하는 커피 전시 컨벤션 행사 ‘트리에스테스프레소(Triestesspresso) 엑스포’, 트리에스테 커피 회사 ‘바짜라’가 2년에 한 번 주최하는 커피 콘퍼런스 ‘트리에스테 커피 엑스퍼트’ 등 1년 내내 커피 관련 행사가 열린다.
실제로 취재진이 지난달 찾은 트리에스테는 길을 걷다가도 커피의 흔적을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과거 진행했던 ‘트리에스테 커피 전시’ 표지판이 도시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던가, 이탈리아 글로벌 커피회사 일리카페의 본사가 트리에스테시에 있는 만큼 일리카페 취급점을 도심 어디서나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일리카페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로 트리에스테가 낳은 대표적인 회사다. 2015년 밀라노 월드엑스포를 공식 후원할 정도로 영향력도 크다. 일리카페 크리스틴 파스콜로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6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1400만 명이 밀라노 엑스포를 찾은 만큼 일리카페의 홍보를 위해 후원사로 나섰다”면서 “기존 일리카페의 인지도를 재확인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트리에스테가 이렇게 커피도시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배경은 역시 트리에스테 항구의 존재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트리에스테를 지배하던 시절 일대의 유일한 항구로서 중요성이 컸고, 이후 커피 주요 유통 항구가 되면서 번성했다.
글로벌 물류 기업 볼레스(Vollres) 트리에스테 지사의 마우리치오 주냐 매니저는 “트리에스테시는 이탈리아에서 커피를 수입하고, 로스팅하고, 유통하는 유일한 도시로 커피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하는 전무후무한 도시로 자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왜 트리에스테인가
볼레스는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물류 기업이다. 커피나 초콜릿 같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식품 물류를 전문적으로 한다. 주냐 매니저는 “유럽 내에서 생두를 유통하는 양만 보면 벨기에 앤트워프, 독일 함부르크의 물량이 가장 많다”면서 “하지만 트리에스테는 2000년대 초까지 이탈리아에서 커피 유통 물량이 가장 많았다. 지금은 이탈리아 제노바에 그 자리를 내줬지만 여전히 커피 물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도시가 바로 트리에스테다”고 말했다.
물량은 비록 밀렸을지 몰라도 이탈리아 유명 로스팅 회사가 포진해있고, 트리에스테 인근 도시에서 커피 머신 제조업 역시 발달했다. 이탈리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에스프레소 머신 제조회사 ‘아스토리아’는 트리에스테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전 세계로 수출하는 커피 머신을 제조한다.
주냐 매니저는 “트리에스테 항구는 자유무역지대로 일정 기간 필요한 만큼 지정된 창고에서 관세 없이 생두를 보관할 수 있다”면서 “원하는 만큼 생두를 보관했다가 로스팅하고 즉시 수출 가능하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세금은 로스팅 직전에 부과되고, 로스팅 단계를 거치면 트리에스테 항구를 통해 유럽 전역에 수출한다. 운송 도중에 습도 문제나 이상 기후로 상한 생두가 있으면 걸러내고 무게를 잰 다음 수입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생두 양이나 질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냐 매니저는 “커피 물류가 재밌는 점은 우리 회사나 파코리니 같은 커피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전문 물류회사가 있다는 점”이라면서 “DHL 같은 글로벌 물류회사는 생두 물류 취급을 하지 않는데 그만큼 온도나 습도 조절, 유통 노하우가 중요하다는 뜻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만해도 트리에스테에서 탄생한 이탈리아 최대 커피 물류회사 파코리니에서 일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15살 학생 때 커피산업에 발을 들였고 42년째 커피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트리에스테와 커피산업을 떼서 설명할 수 없고 앞으로도 트리에스테는 유럽의 커피도시로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트리에스테(이탈리아)/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이 기획은 부산테크노파크(산업기술단지거점기능지 원사업)와 〈부산일보〉가 함께합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