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모르고 강행… 부산종합촬영소 연내 착공 불확실
무상임대로 상반기 착공 시도 중
관련 법상 건축 불가 뒤늦게 파악
부랴부랴 부지 현상 변경됐으나
20년 후 매입 조건에 영진위 난색
땅 살 예산 수백억 없어 엎어질 판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서 상반기에 착공될 계획이었던 ‘부산종합영화촬영소’가 부지 사용과 관련된 현행 법 규정 때문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몰렸다. 착공을 위한 행정 절차를 끝내고 건축허가만 기다리던 상황에서 사업 추진 주체 중 누구도 관련 법 규정을 몰랐던 탓에 ‘다 된 밥에 스스로 재를 뿌리게’ 된 셈이다. ‘영화도시 부산’의 핵심 인프라가 될 부산촬영소 건립 사업이 착공을 목전에 두고 또다시 예기치 않은 대형 악재를 만나자 관계 기관의 무능한 행정에 비판이 일고 있다.
20일 부산시와 기장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등에 따르면, 부산촬영소 건립사업은 문화체육부와 부산시, 기장군, 영진위가 2016년 6월 부산촬영소 건립 부지 제공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영진위는 기본계획 수립, 중간설계, 경관심의 등을 거쳐 지난 3월 시에 관련 서류를 접수하고 건축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촬영소는 기장군이 24만 9490㎡(7만 5000여 평) 부지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영진위가 종합촬영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설비 660억 원을 투입해 1000평형, 650평형, 450평형 촬영스튜디오 3개 동(1만 117㎡)과 제작 지원시설(1537㎡), 아트워크시설(876㎡), 야외촬영세트(7만 6454㎡) 등을 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영진위는 지난 4월 기장군과 부산촬영소 착공을 위한 행정 절차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유재산법 9조에 따라 무상 임차한 부지에는 영구 시설물 축조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부지에 촬영장 시설물을 짓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장군은 시설물 축조를 가능하게 만들려고 당초 ‘행정자산’으로 분류됐던 부지를 ‘일반자산’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법에 따라 부지에 영구 시설물을 지을 경우 임대차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해당 부지를 매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문제가 됐다.
관계 기관은 이후 수차례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법 규정을 바꾸지 않는 이상 뾰족한 수가 없었다. 7만 5000여 평인 촬영소 부지의 가격은 공시지가로 따져도 약 560억 원. 동부산관광단지에 위치한 곳이어서 땅값이 20년 뒤에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 뻔하다. 영진위의 상위기관인 문체부는 20년 뒤 매입에 반대했다. 그렇다고 일단 무상 임대차 계약을 하고 촬영소를 지은 뒤 20년 동안 사용하고 허무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영진위는 전체 부지 중 스튜디오 건물을 세울 일부 땅이라도 우선 매입하고 나머지 땅값을 분할 납부해 사들여 촬영소를 완성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스튜디오 부지 3000여 평을 우선 매입하는 데에만 150억~200억 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영진위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진위는 현재 부산촬영소 건설비 예산 660억 원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지방이전법에 따라 이전 설립 비용은 보유 자산을 매각한 비용으로 써야 해 정부의 추가 예산 지원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영진위는 본사 사옥을 담보로 대출을 고려했다.
박기용 영진위원장은 “원래 착공 계획은 지난 6월이었는데 돌발 변수로 차질을 빚게 됐다. 내년 1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입장이어서 무슨 수를 쓰더라도 오는 11~12월에는 착공하려고 한다. 방법을 찾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인 영진위의 부산 이전을 지원하는 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 김기환 문화체육국장은 “문체부, 기획재정부와 재원 마련 방안을 협의하는 등 올해 부산촬영소를 착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