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장모 법정구속… 초유 사태에 여야 셈법 복잡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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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 여사 집안 의혹 파상 공세
“검찰총장 때 수사 방해 드러나”
송영길 “다음 주 대통령 고발”
대통령실 침묵·여 ‘난감 기류’
향후 국정 장악력 약화 전망
야 사법 리스크에 ‘악재’ 분석도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가운데) 씨가 지난 21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가운데) 씨가 지난 21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통장 잔고증명 위조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 씨가 사문서 위조 혐의 사건에서 항소가 기각되면서 지난 21일 전격적으로 법정구속됐다. 현직 대통령 장모의 인신구속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향후 정국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야권은 최 씨의 법정구속을 계기로 김건희 여사 일가, 즉 윤 대통령의 처가와 관련된 의혹들을 재점화하며 파상 공세에 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지난 21일 최 씨의 법정구속이 보도된 지 약 40분 만에 브리핑을 열어 “최은순 씨의 법정구속은 시작일 뿐”이라며 “이번 판결이 윤석열 정부가 추락시킨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장모 사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처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등 다음 주 중에 직접 윤 대통령을 고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부에 고발장을 접수하려고 한다”면서 “대통령직에서 내려오는 순간 반드시 기소되어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고 맹비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대선 후보 시절 위선과 속임수로 국민을 속였으며, 검찰총장 시절에는 적극적으로 장모변론문건을 만들어 수사를 방해했다는 것도 다 드러난 셈”이라며 “국가의 사법 조직이 검찰총장 가족 변호 문건을 생산하는 사조직으로 움직인 것으로, 공적 마인드가 애초부터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사법부 판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침묵했고, 국민의힘은 당혹감 속에서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대통령 장모의 법정구속을 두고 난감해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당 차원의 공식 논평도 내지 않았을 뿐더러 주요 당직자도 입을 다물고 있다. 섣부른 대응이 오히려 야당의 공세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무대응 기조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이 윤 대통령 처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것과 동시에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야권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 씨의 법정구속이 어떤 방향으로 튈지는 예단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감안하면 궁극적으로는 야당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 번복 등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되는 국면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계산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현직 대통령 장모까지 법정구속된 상황이어서 ‘야당 탄압’이라는 민주당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민주당은 그동안 이 대표의 의혹에 대해서는 ‘야당 탄압’ ‘정적 죽이기’라는 프레임으로 일관해왔는데, 당장 9월에 있을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사건) 1심 판결부터 승복해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미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 때문에 밤잠 설치며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을 이재명 대표가 고안해 낸 것이 만약 이런 뒷거래 의혹이라면, 이것은 범인은닉, 증거인멸 범죄일 수도 있음을 상기시켜 드린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장모의 법정구속이 윤 대통령에게는 오히려 개혁 정국을 주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권·부패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한 윤 대통령이 ‘법 앞의 평등’이라는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내세울 수 있게 된 만큼 정치권을 포함해 ‘예외 없는 칼날’을 휘두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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