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 초등학교에서도 학생이 수업 중 교사 무차별 폭행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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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구 3학년 교실서 지난달 발생
수십여 대 맞아 전치 3주 진단
훈계했다가 학생들 앞에서 봉변
“사건 뒤 매일 악몽, 매우 괴로워”
“교권보호위원회 징계 유명무실
교사 실질적인 피해 구제 못 해”
시교육청 24일 교권보호 대책 발표

하윤수 부산시교육감과 부산 교원 3단체장 등이 지난 21일 부산시교육청에 마련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분향소에 헌화하고 조의를 표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하윤수 부산시교육감과 부산 교원 3단체장 등이 지난 21일 부산시교육청에 마련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분향소에 헌화하고 조의를 표하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지난달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수업 시간 중 교사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서울 양천구의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의 교권 침해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공분과 함께 유명무실한 교권 보호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북구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A 학생이 지난달 수업 도중 B 교사의 얼굴을 폭행하고 몸을 발로 차는 일이 발생했다. B 교사는 순식간에 수십여 대를 맞았다. 학생들은 이 모습을 지켜봤다. 학생들이 동료 교사를 불러 A 학생은 교실에서 분리됐다. B 교사는 가슴뼈 등의 골절상을 입고 전치 3주 진단을 받았고, 병가를 냈다. B 교사는 앞서 올해 초에도 A 학생의 행동을 제지하다 A 학생의 뒤통수로 가슴을 얻어맞았다. B 교사는 수업 시간에 A 학생에게 특정 행동을 하지 말라고 훈계했는데 행동을 계속하자 다가갔다가 폭행당했다. B 교사는 “A 학생이 주변 학생에게 폭력을 휘두른 적은 있었어도 교사를 직접 때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해 어떤 대응도 할 수 없었다”며 “(사건 이후)매일 밤 악몽을 꾸고 그 상황을 본 다른 아이들의 고통까지 생각이 난다. 매우 괴롭고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에게 폭행당하자 교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제도상 교사가 폭행당할 경우 교권보호위원회 개최가 유일한 방법이다. B 교사는 사건 직후 학교에 폭행 내용을 보고했지만,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교권보호위원회를 신청하지 않았다. 교권보호위원회가 학생 징계의 실효성을 갖추지 못해 교사에게 실질적인 피해 구제 방안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

교권보호위원회는 학교장 주관으로 열리는데 학생에게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 정지, 학급 교체, 전학, 퇴학의 7가지 중 한 가지 조치를 내린다. 2020~22년 3년간 부산에서 7건의 폭행 관련 위원회가 열렸지만 전학·퇴학 수준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 교사 입장에서는 교권보호위원회가 유명무실하게 인식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전학·퇴학(초중학교에서는 퇴학 징계 불가)이 아닐 경우 학생·학부모와 마주쳐야 하고, 학생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을 할 경우 아동학대로 고발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위원회 개최를 꺼리게 하는 지점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 민원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학교가 아니라, 시교육청 주관으로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해 교권 보호 제도가 실효성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산교사노조 박은지 사무처장은 “교권보호위원회가 학교 단위에서 열리더라도 상급기관인 교육청은 구체적 내용, 심각성 등을 인지하지 못하는 구조”라면서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에 어떤 교권 침해 사례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교사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 보호 대책을 발표한다. 시교육청은 앞서 21일 부산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직원총연합회 등 교원단체와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교권 침해 교원 보호를 위한 사법 절차 지원의 필요성, 일선 교사의 악성 민원 응대 부담 완화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육부는 24일부터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사건 조사에 착수한다. 교육부는 21일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안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함께 합동조사단을 운영한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해당 초등학교도 합동조사단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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