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농협 상무, 다른 사람 실적 이용 배우자 이용고 부풀려
3년 동안 1359만 원 부당 수령…감봉 3개월 ‘솜방망이’처분
일부 조합원 “간부 배임 불구 처벌 약해 유사 행위 재발” 반발

경남 진주시의 한 단위농협에서 간부가 이용고 배당금을 부당 수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의 한 단위농협 간부가 다른 사람 실적을 이용해 배당금을 과다 수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유사 사례가 농협 내부에 만연한 게 아니냐는 의혹 속에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인다.

24일 진주시농민회 등에 따르면 진주 A농협은 지난 4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상무 B 씨에 대해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다. A농협은 2월 말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영농회별 배당지급통지서를 배포했다.

그런데 B 씨의 배우자 배당금 수령액이 과다하게 책정된 것을 이상하게 여긴 다른 조합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일반적으로 농협 조합원들은 판매, 구매, 이용 실적에 따라 이용고 배당금을 수령한다.

그런데 B 씨의 배우자는 소규모 농사를 지으며 관련 물품들을 구매했는데, 다른 조합원들보다 훨씬 많은 배당금을 받은 것이다.

A농협은 5월 8~9일 감사에 착수해 B 씨 부부가 다른 사람 실적을 이용해 이용고 배당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을 확인했다. 2020년부터 3년 동안 구매 실적을 허위로 기표해 챙긴 돈은 1359만여 원에 달했다.

감사 결과 B 씨 부부는 다른 사람 실적을 이용해 이용고 배당금을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현우 기자

A농협 측은 사실이 확인되자 곧바로 B 씨에게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지만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법 상 임원에 대한 징계는 인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이뤄진다. 징계 의견을 취합한 뒤 출석 위원의 과반수에 도달한 징계 수준을 의결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실제 다양한 징계 의견이 나올 수록 처벌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일부 조합원들은 농협 재산에 손실을 발생시킨 ‘배임’이 적발된 데다, 심지어 당사자가 누구보다 윤리의식이 필요한 간부 직위에 있는 만큼 중벌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의성이 있기 때문에 가장 강한 처벌인 ‘징계해직’이 마땅하다는 여론이다.

A농협의 한 조합원은 “일반 조합원도 아니고 간부가 배임을 저질렀다. 부당하게 수령한 배당금을 반환하기는 했지만 감봉 3개월은 말도 안 된다. 징계해직에서 감경되더라도 정직이 돼야 하는데 감봉이 나왔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 탓에 유사 행위들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A농협 인사위원회 결과, B 씨의 처분이 감봉 3개월로 결정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우 기자

실제 농협의 이용고 배당금 부당 수령 사례는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고질적인 문제다.

앞서 부산과 전북 고창, 전남 함평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고, 올해 초에는 진주 C농협에서도 일부 임원들의 불법적인 이용고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대부분 현황 파악이 어려운 데다 서로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진주시농민회 한 관계자는 “이러한 사례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용고 배당이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알기 어렵다. 알아도 검증이 어려워 그냥 쉬쉬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근본적인 부분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