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보다 ‘최고급 한우 전문점’ 각축장이 된 해운대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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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형·고가 브랜드 출점
오마카세 방식 업소 다수 개업
전통적 지역 명가와 경쟁 구도
최고급 한우 전문점 각축 벌여

한우 갈비뼈 4~6번 부위를 추려 하루 10점 미만으로 제작돼 특허받은 일품한우의 ‘상강꽃갈비’. 일품한우 제공 한우 갈비뼈 4~6번 부위를 추려 하루 10점 미만으로 제작돼 특허받은 일품한우의 ‘상강꽃갈비’. 일품한우 제공

부산 해운대구가 최고급 한우 전문점의 각축장으로 뜬다. 전통적인 지역 한우 전문점에다 최근엔 서울에서 진출한 초대형 브랜드와 오마카세 전문점이 우후죽순 생기는 추세다. 해외서도 최고급 ‘K푸드’로 주목받는 한우가 부산의 부촌이자 국내 대표 관광지인 해운대에서 ‘미식가의 혀’를 자극하고 있다.

종합외식기업 ‘bhc그룹’은 지난해 말 대형 한우 전문점 ‘창고43’을 부산 해운대구 중동에 개장했다. 1층은 필로티 구조의 주차 공간, 2층은 184개 좌석으로 구성된 테이블 석, 3층은 18개의 룸 등으로 구성됐다.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음식점치고도 매우 큰 규모다. 앞서 2019년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우텐더’가 해운대점을 열었다. 우텐더는 서울 강남점이 본점으로 해운대점이 전국 2호점이다. 한 TV 방송에서 ‘문 닫기 전에 꼭 가야 하는 맛집’으로 선정돼 명성을 얻었다.


거대갈비의 새우꽃살은 1인분(100g)에 9만 원으로 부산에서 가장 비싼 한우 부위다. 거대갈비 제공 거대갈비의 새우꽃살은 1인분(100g)에 9만 원으로 부산에서 가장 비싼 한우 부위다. 거대갈비 제공

정해진 메뉴 없이 그날그날 주방장이 알아서 내놓는 방식인 ‘오마카세’ 전문점도 많이 생겼다. 오마카세는 ‘타인에게 맡김’이란 뜻으로, 한우 전문점은 ‘우마카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100%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해운대구 중동 미포항 ‘율링’은 300종이 넘는 와인이 특징이다.

통상적으로 오마카세 가격은 1인 당 15만~20만 정도로 형성됐지만 ‘가성비’를 노린 전문점도 있다. 2021년 해운대구 중동에 문을 연 ‘스무고개’는 1층은 오마카세, 2층은 식육식당으로 운영한다. 오마카세는 10가지 코스가 나오는데 1인에 7만 9000원으로 판매한다.

스무고개 구경모 대표는 “성인 남성이 왔을 때 한 번도 부족하다고 않을 정도로 풍성하게 나간다”면서 “음식점 예약 앱인 ‘캐치테이블’에서 부산 리뷰수가 1등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가성비 오마카세’로 유명한 스무고개. 스무고개 제공 ‘가성비 오마카세’로 유명한 스무고개. 스무고개 제공

지역 전통의 최고급 한우 전문점도 꾸준히 인기를 끈다. 2013년 부산에서 가장 비싼 한우 전문점으로 개업한 ‘거대갈비’의 프리미엄 갈빗살 1인분(100g)과 안심 1인분(100g)이 7만 5000원에 판매한다. 새우꽃살의 경우 1인분(100g) 9만 원으로 가장 비싼 부위다.

거대갈비 이명수 본부장은 “육류 구매팀이 매주 전국의 경매를 돌아다니며 최고급 한우로만 선별한다. 비프 마블링 스코어(BMS) 등급인 넘버7부터 투플러스 한우로 취급하는데, 우리는 넘버9 특상품만을 사용한다”면서 “직원이 대면해서 1대 1로 고기를 굽고 야채와 쌀 등 기본 식재료도 무조건 최상급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1964년 문을 열어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한우 전문점 중 하나인 ‘해운대암소갈비’도 있다. 이곳은 한우를 굽기 쉽고 먹기 좋게 작업하는 ‘다이아몬드 커팅’을 전국 최초로 개발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예약 손님으로 북적이며 3가지 메뉴 중 하루 작업량이 한정된 생갈비는 먹기 힘든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윤석호 씨에 이어 윤성원 씨가 2대째 운영 중이다.


1964년 문을 열어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한우 전문점 중 하나인 ‘해운대암소갈비’. 해운대암소갈비 제공 1964년 문을 열어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한우 전문점 중 하나인 ‘해운대암소갈비’. 해운대암소갈비 제공

부산에서 처음으로 생갈비 한우를 판매한 ‘일품한우’도 유명하다. 2003년 10월 한우 생갈비 전문점으로 출발했다. 생갈비의 경우 갈비짝 50kg을 작업하면 17kg 정도만 식탁에 낼 수 있을 정도로 손실율이 높아 한우 전문점이 가장 기피하던 부위였다. 하지만 일품한우는 개장 당시 주변 갈빗집이 1인분 기준 1만 2000원 정도에 판매할 때 3만 3000원에 판매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1인분 5만 4000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가격이다.

일품한우 강진수 대표는 “20년 전에 ‘가장 좋은 재료를 부산에 가장 수요가 높은 해운대에서 팔자’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면서 “금가루를 뿌려 특허받은 ‘상강꽃갈비’ 등 개장 때부터 먹기 힘든 갈빗살을 가장 대표 메뉴로 영업 중이다”고 말했다.


일품한우의 양념 왕갈비. 일품한우 제공 일품한우의 양념 왕갈비. 일품한우 제공

부산만의 독특한 한우 문화도 있다. 주로 한우는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소를 어릴 때 거세한 거세우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부산과 경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암소 전문점이 있을 정도로 암소를 즐겨 먹는다.

박상현 맛 칼럼니스트는 “암소는 거세우와 비교하면 조금 싱겁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만큼 깊은 맛을 지역민들이 즐겨한다. 경남 김해 도축장에선 다른 지역 암소도 가격을 더 높게 받을 정도로 부산·경남의 암소 사랑은 유별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해운대구에 최고급 한우전문점이 몰리는 양극화가 가속되리라 전망한다. 박정배 음식평론가는 “2026년 미국산 소고기의 관세가 전면 철폐되면 국내 소고기 시장은 더욱 양분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미국산 소고기는 고급 돼지고기집과 경쟁하는 만큼 한우의 경우 어중간한 가격대는 없어지고 더욱 고급화될 것”이라면서 “이미 서울에는 한우 오마카세를 인당 80만 원 정도까지 받는 곳도 생긴 만큼 부산에서도 최고급 한우 전문점이 계속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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