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성 중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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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원래 성은 종족 보존을 위한 단 하나의 도구여서 모든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이를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추구하게 되어 있다. 성을 통해 그들이 멸종하지 않고 종을 이어 가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다. 따라서 누가 섹스를 좋아하고 자주 한다고 하거나 행여 불륜을 저지른다고 해서 섹스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폴란드의 리사 스파르크스라는 포르노 배우는 기네스북에 오르기 위해 24시간 동안 919명의 남자와 삽입 성교를 했지만 아무도 그녀를 섹스 중독 환자라 하지 않는다. 매일 여러 남자를 상대하는 성매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 섹스를 좋아해서 대상을 가리지 않고 많은 남자와 하루가 멀다고 관계를 하는 여자들도 성 중독이라 하지 않는다. 한때 이들을 색정증 환자라 부르기도 했지만, 이제는 정상으로 간주한다.

마약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또는 도박 중독의 경우 약이나 술 또는 나쁜 습관을 끊어 버려야 하지만 섹스 중독은 섹스를 못 하게 하지 않으므로 다른 중독과 구분된다. 당연히 그 발생 기전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최근 한 보고에서 한국인의 약 5%가 섹스 중독이며 남자가 약 5배 정도로 빈도가 높다고 했는데 어떤 기준으로 진단이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이상은 성학적 시각으로 본 얘기이다. 의학적 측면에서 보면 좀 다르다. 성 중독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뇌 활동은 마약 중독자의 것과 거의 같았다. 성 중독은 한마디로 얘기하면 성과 관련된 강박행동을 멈출 수 없는 상태이다. 이들은 대부분 부부 사이의 정상적인 성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한집에 거주하는 부부가 일 년에 10번 이내, 또는 한 달이 지나도록 한 번도 삽입 성교를 안 하는 경우를 섹스리스라 한다. 미국의 경우 15%,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일본은 47.2%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 약 40%가 소위 ‘야동’이나 사이버 섹스에 몰입해 있고 배우자는 버려둔 채 자위 등으로 긴장을 해소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성교를 안 한다 해도 이들은 성 중독자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사회경제적 지위나 교육 수준도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듯하다. 한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유명 골프선수인 타이거 우즈도 성 중독자로 간주되었다. 의학에서는 이들이 성병, 폭행, 임신 등 신체적 불이익은 물론 성추행, 성폭행 등 성범죄자로 전락하고 직장마저 잃을 가능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멈출 수 없으니 질병으로 인정하여 치료하려는 것이다.

성 중독증은 의학적인 입장에서 보면 분명한 질환이다. 우선 자신이 제어하기가 매우 어렵고, 뒤따라올 불이익을 인지하면서도 서슴지 않으며, 끊었을 때 금단 증상마저 있기 때문이다. 금단 증상은 주로 첫 2주일이 심하며 육체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이 있다. 주된 증상은 과민해지거나 안절부절못하며 우울증과 불안, 하려는 일에 초점을 맞출 수 없는 것 등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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