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기대되는 K컬처 토큰증권
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하루·델리오 사태로 큰 피해
개인 충분한 주의 기울이고
성장통 지나친 비판은 곤란
가상자산, 토큰증권으로 규정
구매 작품 수익 공유 가능해져
경제 민주화에 기여 전망도
가상자산 관련한 사고가 또 터졌다. 업계에서 우려가 있기는 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할 만큼 큰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하루 인베스트와 델리오는 고객이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은행에서 이자를 주는 것처럼 예치된 가상자산에 대해 일정한 수익을 가상자산으로 제공한다고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았다. 투자자로부터 금전이 아닌 가상자산을 예치받고 이에 대해 다시 가상자산으로 보상을 하는 것이어서 현행법상 문제 될 것은 없다. 문제는 고객에게 약속한 보상의 크기에 있었다. 적게는 4~5%에서 많게는 20%에 가까운 보상을 약속했다. 1비트코인을 맡기면 일정 기간 예치한 후에 1.2 비트코인을 고객에게 주는 식이다.
가상자산 투자에 밝지 않은 사람은 시중에 유통되는 돈도 아닌데 어떻게 이자와 같은 보상을 줄 수 있는지 의아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속성을 알면 어렵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은 개별 분산원장을 저장 및 관리하는 다수의 사람(노드)이 필요하고, 그 사람의 노고에 대한 보상이 불가피하다. 그 보상은 금전이 아니라 해당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사용되는 코인 내지 토큰으로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은 컴퓨터를 이용해 일종의 정답을 가장 빨리 찾아낸 노드에 보상, 즉 비트코인을 지급한다. 정답을 계산해 내는 노동(채굴)에 대해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작업증명방식(Proof of Work)’이라 부른다. 이더리움의 경우는 ‘지분증명방식(Proof of Share)’이라고 해서 다수결로 특정 블록의 무결성을 결정하고, 거기에 참여한 지분에 따라 보상(이더리움)을 지급한다. 이러한 지분증명방식에 착안해 고객으로부터 가상자산을 예치받고 보상을 지급하는 서비스를 ‘스테이킹’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아무리 스테이킹이라 하더라도 무한정 보상 비율이 높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작업증명방식의 비트코인은 애당초 스테이킹이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은 고객으로부터 가상자산을 받는 것과 관계없이 엄청난 컴퓨팅 시스템을 갖추고 빠른 계산을 해야 보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고객들은 최대 연 2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홍보만 믿고 예치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물론 비트코인의 경우도 트레이딩을 제갈량이 적벽에서 남동풍을 예상하듯 잘할 수 있다면 그런 수익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하루·델리오 사태는 크립토윈터(가상화폐 겨울)라 불리는 최근의 가상자산 시장 상황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였다면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비난받지는 않아야 한다.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매년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대출 연체나 부도 등으로 뱅크런 위기가 생기고, 일상생활 용품을 회원제로 판매하다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블록체인의 일부에 불과한 가상자산이 그동안 워낙 큰 관심을 받아왔고 여전히 성장기에 있어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성장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지난 6월 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이용자 보호 기반이 마련되었다. 조금 늦은 감도 있고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가상자산 업계에 기본 틀이 마련되면서 체계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을 토큰증권으로 규정해 전통 금융시장에 편입해 나갈 예정이다. 토큰증권은 간단히 말해 부동산, 금, 미술품, 지식재산권을 비롯해 각종 수익성 있는 자산이나 계약 등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이 코인처럼 발행(이를 토큰화라고 불러서 토큰증권이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되어 유통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전통 금융과 결합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영화, 음악 등 각종 컨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되면서 K컬처, K콘텐츠를 기초 자산으로 한 토큰증권이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오징어 게임'과 같은 대박 작품이 만들어져 수익이 창출될 때 거대 자본들이 그 수익을 독점하는 구도에서 벗어나 누구나 해당 토큰증권을 사전에 구매하는 방식으로 참여해 그 작품으로 거둬들인 수익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 문화의 부흥이 곧 우리 개개인의 경제적 이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는 가교가 생기는 셈이다. 필자는 일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정보의 민주화로 비유한 바 있다. 그러한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토큰증권은 우리 헌법에서 정한 경제의 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