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통영 소반장 공방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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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식당에 가면 예전에 있었던 밥상이 거의 식탁으로 교체된 모습을 자주 본다. 좌식보다 입식 생활이 보편화하면서 밥상이 식탁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서양 문화의 유입과 가옥 구조의 변화로 한국의 식사 문화를 상징하는 밥상은 이제 전문 식당에서도 점점 볼 수가 없게 됐다. 아파트가 보편화된 일반 가정에서도 밥상은 거의 사라졌다.

사라진 밥상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을 꼽는다면 단연 ‘소반(小盤)’이다. 말 그대로 ‘작은 상’이다. 지금이야 4인용 식탁이 대세지만,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인의 식사 방식은 각자가 따로 1인용 상에서 밥을 먹었다. 구한말 또는 일제 강점기에 촬영된 식사 장면 사진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1인용 밥상을 앞에 두고 있다. 바로 소반이다.

소반은 한국 좌식 문화의 전형을 보여 주는 물건이다. 부엌과 방이 독립된 공간으로 되어 있는 가옥 구조상 조리한 음식은 다시 방으로 옮겨야 했다. 이때 소반은 나지막하고 작아 음식을 나르기 쉽고, 식사하기에도 편리했다. 또 이외 다른 용도에도 쓰였다. 조선 시대 때 소반이 계층과 지위를 막론하고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연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밥상머리 교육’을 언급할 때의 밥상 역시 소반을 말한다. 부자간 겸상은 하지 못해도 할아버지와 손자 간 겸상은 흔했다. 소반을 사이에 두고 식사하면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사람의 도리와 지혜를 일깨워 줬다.

일상의 필수품이었던 만큼 소반은 전국 여러 곳에서 만들어졌다. 그중 통영 소반, 나주 소반, 해주 소반이 유명했는데, 이런 소반을 만드는 장인을 ‘소반장’이라고 한다. 현재 통영 소반장과 나주 소반장은 국가의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다.

하지만 소반이 사라지면서 이를 만드는 소반장의 공방 역시 갈수록 명맥 유지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문화재청이 도로 개설로 철거 위기에 놓인 통영 소반장의 공방을 이전해 보존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지어진 지 150년이 넘는 이 공방을 지키려고 통영 소반장은 노숙 생활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문화재청이 결단을 내렸으니 천만다행이다. 전해 오던 물건이 하나 사라지면, 그 문화와 역사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 선조의 평범했던 일상과 특별한 순간이 소반에 담겨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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