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폭염에 채솟값도 ‘껑충’… ‘밥상물가’ 벌써부터 심상찮네
청상추 4kg 도매가 400% 올라
신선식품지수 6월 상승률 3.7%
‘애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높아
최근 기록적 폭우와 폭염 등으로 농축산물 피해가 커지며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농축수산물이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물가 오름세 둔화’라는 기조를 뒤바꿀 정도는 아니겠지만,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생활물가의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지난 6월 2.7%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21개월 만에 2%대 증가율로 둔화한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와 밥상물가를 대표하는 ‘체감물가’의 괴리감이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4일 “물가 기조 자체는 둔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전반적인 시각을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불확실성이 높고 변동성이 큰 상황이어서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3% 올랐다. 이는 2021년 3월(2.1%) 이후 27개월 만에 최저 상승 폭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의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항목으로 구성돼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보다 체감물가에 가깝다. 생활물가지수가 2년 3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았지만, 최근 집중호우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채소류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9%에 그치지만 생활물가지수에서는 2.5%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더불어 물가 당국에서 주목하는 지표다. 6월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2.3% 올랐고, 이 가운데 식품 부문은 4.7% 상승해 상대적으로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채소·과실·생선·해산물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55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부터 불안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지난 2월 3.6%에서 3월 7.3%로 치솟았다가 4월 3.1%, 5월 3.5%, 6월 3.7% 등으로 3%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극한 호우’의 파급은 일정 시차를 두고 8~9월 물가지수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7월 장마에 이어 8월 폭염, 9월 태풍 시즌까지 당분간 기상 악재가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까스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든 물가를 자극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청상추(상품) 4kg당 도매가격은 평균 9만 360원으로 4주 전(1만 8120원)보다 398.7% 급등했다. 시금치(상품)는 5만 5660원으로 214.1% 올랐고 깻잎(상품)은 77.9%, 애호박(상품)은 147.4% 급등했다.
집중호우 외에도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상승) 등 체감물가를 끌어올릴 불확실성도 상존하며 유가도 경기 연착륙 등에 대한 기대로 상승세다. 소비자 부담 등의 이유로 미뤄왔던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체감 물가 상승 요인이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