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90대 영국 국민가수 정전 70주년 행사 ‘아리랑’ 열창(종합)
‘브리튼스 갓 탤런트’ 최고령 우승
93세 영국인 콜린 새커리 씨
19세 때 포병으로 6·25 참전
보훈부 초청 70년 만에 방한
유엔기념공원 묻힌 전우 위해
당시 함께 불렀던 아리랑 노래
영국의 대표적인 경연 프로그램인 ‘브리튼스 갓 탤런트’ 우승자이자 6·25전쟁 참전용사인 콜린 새커리(93) 씨가 부르는 ‘아리랑’이 오는 27일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국가별 참배 행사가 열리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울려 퍼지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국가보훈부는 24일 “6·25전쟁 영국군 참전용사 새커리 씨가 보훈부의 유엔 참전용사 재방한 행사에 초청받아 24~29일 방한한다”며 “새커리 씨는 부산에서 개최되는 7·27정전협정 70주년 계기 행사에서 아리랑을 열창한다”고 밝혔다. 새커리 씨의 방한은 지난 2월 영국을 방문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런던의 첼시왕립병원에서 유엔 참전용사 7명에게 감사를 표시하며 ‘정전협정 70주년 및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 공식 초청장을 전달하면서 이뤄졌다.
새커리 씨는 15세에 영국군에 입대했다. 19세이던 1950년 9월 갓 결혼한 아내를 남겨두고 제45야전포병연대 소속 포병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327고지 전투 등에서 중공군과 치열하게 싸운 그는 함께 참전한 전우 6명 중 4명을 잃고 참전 2년 만인 1952년 고국으로 돌아갔다. 전사한 전우 4명은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새커리 씨는 2019년 89세의 나이로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역대 최고령 출연자로 참여했다. 단 3곡의 노래로 우승까지 거머쥐어 상금 25만 파운드(약 4억 1400만 원)를 받았다. 당시 결승전 시청률이 40%를 기록하면서 새커리 씨는 영국의 국민 스타 반열에 올랐다. 새커리 씨는 2월 런던의 첼시왕립보훈병원에서 박 장관을 만났을 때 즉석에서 '아리랑'을 불러 박 장관을 놀라게 했다. 박 장관은 “한국에 초청하겠다. 올해 정전 70주년 기념식에서 아리랑을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새커리 씨가 이를 수락해 정전 70주년 행사의 아리랑 공연이 성사됐다. 새커리 씨의 한국 방문은 6·25전쟁에 참전하고 영국으로 돌아간 이후 처음이다.
새커리 씨는 “영국에서 배를 타고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곳이 부산이었다. 당시 전장에서 부르던 노래가 아리랑이었다”며 “전우들과 무슨 의미의 노래인지도 모른 채 기회가 될 때마다 함께 불렀다. 이제는 한국을 떠올릴 때마다 아리랑이 생각난다”며 아리랑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너무 아픈 기억이 많은 한국이었지만 아직도 우리를 기억해 감사를 전하는 한국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며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전우들을 위해 아리랑을 부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새커리 씨의 아리랑 노래가 행사에 참석하는 모든 이의 가슴에 남아 오늘날 자유 대한민국의 놀라운 번영을 이뤄낸 유엔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이 잊혀지지 않고 미래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가보훈부는 새커리 씨를 비롯해 21개국 유엔 참전용사 64명과 가족 등 총 200여 명이 정부 초청으로 이번에 방한한다고 밝혔다. 방한하는 참전용사 가운데 최고령자는 올해 95세인 미국의 해럴드 트롬 씨다. 세계인들이 6·25전쟁 전사자들이 안장된 부산유엔공원을 향해 묵념하는 행사인 ‘턴 투워드 부산’을 최초 제안한 캐나다 출신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 씨도 방한단에 포함됐다.
참전용사들은 2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26일 부산을 방문해 1박 2일 동안 정부 주최 감사 만찬 참석, 유엔기념공원 국가별 개별 참배, 부산영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정전협정 70주년 및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 참석 등의 일정을 갖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