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갈맷길]⑧ 청량한 산길에서 치유를 선물받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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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코스-낙동정맥 끝자락 순례>
구덕산과 승학산 등성이 따라 걷는 길
내리막 구간 길고 산길 잘 정비 돼 있어
억새 명소 들렀다가 철쭉까지 만나게 돼
삼나무 숲길에선 심신 치유의 시간까지

욜로 갈맷길 8코스 ‘낙동정맥 끝자락 순례’는 낙동정맥의 끝자락에 있는 구덕산과 억새·철쭉이 봄가을 아름다움을 뽐내는 승학산의 등성이를 걷는 산행 길이다. 승학산 능선 사면에 있는 철쭉 단지와 억새군락지 사이로 걷다 보면 억새노을전망대에 다다른다. 억새노을전망대 부근에서 내려다본 전경. 욜로 갈맷길 8코스 ‘낙동정맥 끝자락 순례’는 낙동정맥의 끝자락에 있는 구덕산과 억새·철쭉이 봄가을 아름다움을 뽐내는 승학산의 등성이를 걷는 산행 길이다. 승학산 능선 사면에 있는 철쭉 단지와 억새군락지 사이로 걷다 보면 억새노을전망대에 다다른다. 억새노을전망대 부근에서 내려다본 전경.

부산에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욜로 갈맷길’이다. 기존 갈맷길(9개 코스 23개 구간 278.8km) 중에 ‘부산 사람이라면, 부산에 오면 꼭 한 번 걸어 봐야 할 길’ 콘셉트로 10개 코스(총 100km)를 추리고 코스별 테마도 입혔다. 갈맷길의 축소판이다. 이번엔 8코스 ‘낙동정맥 끝자락 순례’를 소개한다. 8코스는 욜로 갈맷길 10개 코스 중 유일하게 등산길로만 구성된 코스다. 낙동정맥(강원 태백시 구봉산에서 부산 사하구 다대포 몰운대에 이르는 산줄기의 옛 이름)의 끝자락에 솟구친 구덕산, 그리고 구덕산과 마주하며 억새군락지와 철쭉 단지로 봄가을 특히 더 아름다움을 뽐내는 부산의 명산 승학산의 등산로를 걷는 길이다. 산길이지만 오르막이 비교적 완만한 데다 오르막보다는 내리막 구간이 길고 전체적으로 등산로도 잘 정비돼 있어 그리 어렵지 않은 산행이다. 걷다가 이따금씩 만나는 전망대와 쉼터에서 조망하는 풍경은 무미건조한 일상의 힐링 포인트다.

욜로 갈맷길 8코스의 출발점인 구덕문화공원으로 가는 계단. 구덕문화공원은 전통문화체험관, 교육역사관, 민속생활관, 목석원예관 등 전시관과 폭포, 연못, 산책로 등을 갖춘 자연생태문화공간이다. 여유가 있다면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둘러봐도 좋다. 욜로 갈맷길 8코스의 출발점인 구덕문화공원으로 가는 계단. 구덕문화공원은 전통문화체험관, 교육역사관, 민속생활관, 목석원예관 등 전시관과 폭포, 연못, 산책로 등을 갖춘 자연생태문화공간이다. 여유가 있다면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둘러봐도 좋다.
구덕문화공원 ‘편백숲 명상의 길’ 입구. 가슴을 열고 피톤치드 향을 한껏 들이마시며 산림욕을 하고 명상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구덕문화공원 ‘편백숲 명상의 길’ 입구. 가슴을 열고 피톤치드 향을 한껏 들이마시며 산림욕을 하고 명상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구덕문화공원 목석원예관이 내려다 보인다.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구덕문화공원 목석원예관이 내려다 보인다.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구덕문화공원 맨 위쪽에 있는 구덕산 유아숲 체험원에 다다르면, 2시 방향으로 폭이 꽤 넒은 임도가 보인다. 구덕산으로 오르는 길로,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구덕문화공원 맨 위쪽에 있는 구덕산 유아숲 체험원에 다다르면, 2시 방향으로 폭이 꽤 넒은 임도가 보인다. 구덕산으로 오르는 길로,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끼가 가득 낀 임도 옆 시멘트 벽면에는 온통 재밌는 낙서들이다. 이끼가 가득 낀 임도 옆 시멘트 벽면에는 온통 재밌는 낙서들이다.

■완만한 오르막 임도 ‘시작이 반’

욜로 갈맷길 8코스는 서구 서대신동 구덕문화공원(꽃마을)에서 사하구 당리동 제석골 동원베네스트 아파트에 이르는 6.7km 구간이다. 구덕문화공원까지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대신역에서 내려 4번 출구 앞에서 마을버스(서구 1번)를 타면 된다. 꽃마을에 도착하면 구덕문화공원으로 가는 길을 알려 주는 이정표가 있고, 그 아래에는 욜로 갈맷길 8코스의 주요 경로를 표시한 안내판이 8코스의 시작을 알린다. 경사진 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면 구덕문화공원으로 오르는 계단이 나온다.

구덕문화공원은 구덕산(565m) 자락에 자리한 공원이다. 전통문화체험관, 교육역사관, 민속생활관, 목석원예관, 숲속놀이터, 유아 숲체험원 등 전시관과 놀이·체험 공간을 비롯해 폭포, 연못, 산책길 등을 갖춘 자연생태문화공간이다. 여유가 있다면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한번 둘러봐도 좋다. 월요일은 휴관이니 참고하자. 공원 왼쪽으로는 ‘편백숲 명상의 길’이 있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편백숲이다. 가슴을 열고 피톤치드 향을 한껏 들이마시며 산림욕을 하고 명상을 즐길 수 있는 길이다.

구덕문화공원의 맨 위쪽에 있는 구덕산 유아숲 체험원에 다다르면, 2시 방향으로 폭이 꽤 넒은 임도가 보인다. 구덕산으로 오르는 길이다. 산지 관리와 산불 예방을 위해 만든 도로(일반 차량 출입 금지)이자, 등산객들의 등산로이기도 하다. 임도 왼쪽으로 쭉 이어진 시멘트 벽면은 이끼가 가득 꼈는데, 온통 재밌는 낙서들이다.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은 산길 치고는 많이 가파른 편은 아니다. 구덕산 중턱에서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저 멀리 사상공단과 낙동강, 낙동강 너머 강서구 일대가 보인다. 오르막을 계속 걷다 숨이 헉헉 찰 때쯤이면 재넘이마루터에 닿는다. 재넘이마루터에서는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깔딱고개를 거쳐 승학산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길, 구덕산 기상레이더 관측소와 구덕산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길, 승학문화마루터로 가는 내리막길이다. 이 중 유일한 내리막길인 승학문화마루로 가야 한다. 바리케이드가 턱 하니 길을 막고 있어 있는데,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용도이니 바리케이드를 둘러 걸어 내려가면 된다. 깔딱고개로 가도 다음 경유지인 승학마루전망대까지 닿긴 한다. 깔딱고개는 숨이 매우 찬다는 뜻의 ‘깔딱’이 붙은 가파른 고갯길이다. 구간이 길진 않지만 숨이 차는 길이다. 힘들이지 않고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욜로 갈맷길의 취지에 따라 깔딱고개 대신 내리막길로 걷는다. 구덕산 기상레이더 관측소와 구덕산 정상도 재넘이마루터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여유가 있으면 들러 봐도 좋다. 걸어 왔던 오르막 임도를 따라 계속 걸으면 두 곳에 차례로 이른다.

승학산 너럭바위전망대. 잠시 쉬어 가도 좋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겨도 좋은 곳이다. 승학산 너럭바위전망대. 잠시 쉬어 가도 좋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겨도 좋은 곳이다.
너럭바위전망대에 서면 구덕산과 시약산, 승학산 산줄기가 마치 파도처럼 차례로 밀려오는 듯하다. 너럭바위전망대에 서면 구덕산과 시약산, 승학산 산줄기가 마치 파도처럼 차례로 밀려오는 듯하다.
승학문화마루에 있는 정자인 승학마루정. 승학마루정에서는 길이 대여섯 갈래로 나뉘기 때문에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승학문화마루에 있는 정자인 승학마루정. 승학마루정에서는 길이 대여섯 갈래로 나뉘기 때문에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오른쪽 길이 승학산 억새군락지와 철쭉 단지로 가는 길이다. 보행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 편하다. 오른쪽 길이 승학산 억새군락지와 철쭉 단지로 가는 길이다. 보행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 편하다.
억새군락지와 철쭉 단지 쪽으로 걸으며 내려다본 산자락. 억새군락지와 철쭉 단지 쪽으로 걸으며 내려다본 산자락.
승학산 능선 사면에는 철쭉과 억새가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사하구청은 억새군락지 중 억새가 잘 자리지 못하는 환경이 된 곳에 철쭉을 심었다. 승학산 능선 사면에는 철쭉과 억새가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사하구청은 억새군락지 중 억새가 잘 자리지 못하는 환경이 된 곳에 철쭉을 심었다.

■봄 분홍 철쭉, 가을 은빛 억새 ‘장관’

재넘이마루터부터는 대부분 내리막길이다. 8코스는 서구 구덕산과 사하구 승학산, 두 산의 등성이를 타고 걷는 길이다. 내리막 임도를 따라가다 보면 서구와 사하구 경계를 지나 어느새 승학산 능선을 타고 있다. 내리막을 걷다 보면 나무 덱으로 된 아담한 낙조전망쉼터, 너럭바위전망대와 잇따라 만난다. 잠시 쉬어 가도 좋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겨도 좋다. 너럭바위전망대에 서면 구덕산과 시약산, 승학산 산줄기가 마치 파도처럼 차례로 밀려오는 듯하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승학산 정상 부근의 사면에 펼쳐진 억새평원이 보인다.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파도처럼 일렁일 곳이다.

승학문화마루에 다다른다. 승학문화마루에도 여러 갈래로 길이 나뉜다. ‘승학산 치유의 숲길’을 걸으며 구덕터널과 학장중학교 쪽으로 가는 길이 있고, 승학산 정상으로 가는 길, 제석골 쉼터로 가는 길, 억새밭·철쭉단지로 가는 길 등 대여섯 갈래나 된다. 헷갈릴 수 있지만 억새밭·철쭉단지 쪽으로 발길을 잡으면 된다. 이정표에는 ‘욜로 갈맷길 8코스’라는 친절한 설명도 붙어 있다. 승학문화마루를 지나고 얼마 안 돼 두 갈랫길이 나오는데, 보행매트가 깔린 오르막으로 걷는다. ‘욜로 갈맷길’이라고 적힌 이정표가 있으니 잘 살펴보고 걸음을 옮기면 된다. 폭신폭신한 보행 매트를 밟으며 승학산 철쭉단지와 억새군락지, 억새노을 전망대를 거친다. 승학산은 봄에는 분홍 철쭉이, 가을에는 은빛 억새군락이 장관을 연출한다. 철쭉과 억새가 만개하는 시기에 걷는다면 더 좋은 길이다. 억새군락은 완만한 능선 사면에 넓게 펼쳐져 있다. 울산 영남알프스 간월재, 경남 합천군 황매산, 강원 정선군 민둥산 등과 함께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억새 명소로 꼽힌다. 철쭉 단지는 2020년 조성됐다. 사하구청은 억새군락지 중 억새가 잘 자리지 못하는 환경이 된 곳에 철쭉을 심었다. 그렇게 자리 잡은 철쭉은 억새와 함께 승학산을 찾는 이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선물한다. 철쭉 단지와 억새군락지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 억새노을전망대에 오르면 눈앞이 확 트인다. 발밑으로는 학이 날아오르는 듯 고운 능선의 승학산 자락과 억새평원이 내려다보인다. 시선을 올리면 산봉우리 사이사이로 높이 솟아오른 건물들, 더 멀리에는 감천항과 긴 물줄기를 굽이쳐 내려온 낙동강, 낙동강과 만나는 남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승학산 억새노을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임도에 접어들면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하산길에 만난 삼나무 숲. 길이 비교적 완만해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는 사람도 종종 마주친다. 승학산 억새노을전망대에서 내려와 다시 임도에 접어들면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하산길에 만난 삼나무 숲. 길이 비교적 완만해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오르는 사람도 종종 마주친다.
삼나무가 빽빽이 들어 찬 삼나무 숲길에서는 지쳐 있는 심신이 치유된다. 산책로와 덱 쉼터도 조성돼 있어 산림욕이 가능하다. 삼나무 숲길 앞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삼나무 숲에서 산림욕을 하며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폐 기능이 강화되며, 아토피와 피부염도 예방됩니다.’ 삼나무가 빽빽이 들어 찬 삼나무 숲길에서는 지쳐 있는 심신이 치유된다. 산책로와 덱 쉼터도 조성돼 있어 산림욕이 가능하다. 삼나무 숲길 앞 안내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삼나무 숲에서 산림욕을 하며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폐 기능이 강화되며, 아토피와 피부염도 예방됩니다.’
임도를 걸어 내려가며 왼편에 있는 부산일과학고를 지나면 나무 덱길 아래에 계곡을 따라 시원한 물이 흐르는 제석골 산림공원이 나온다. 잠시 내려가 새소리와 물소리에 귀 기울여 봄직하다. 임도를 걸어 내려가며 왼편에 있는 부산일과학고를 지나면 나무 덱길 아래에 계곡을 따라 시원한 물이 흐르는 제석골 산림공원이 나온다. 잠시 내려가 새소리와 물소리에 귀 기울여 봄직하다.

■삼나무 숲길에선 피톤치드 ‘뿜뿜’

억새노을전망대에서 철쭉 단지와 억새군락지를 거쳐 다시 임도로 접어들면 지그재그 숲길이 이어진다.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하늘을 찌를 듯 위로 쭉 뻗은 삼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숲길 구간에 들어서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 폐부 깊숙이 청량함이 스며든다. 삼나무 숲길 안쪽에는 산책로와 너른 덱 쉼터도 조성돼 있다. 삼나무는 편백나무와 꼭 닮았는데, 뿜어내는 피톤치드도 편백나무 못지 않다. 삼나무 숲길은 8코스의 멋진 피날레를 장식해 준다.

구불구불 길을 걸어 내려오다 길 왼쪽으로 부산일과학고 건물이 보이고, 학교 인근 넓은 공터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전국 최초의 도심 숲속 치유의 숲인 ‘국립 부산 승학산 치유의 숲’으로, 지난해 7월 착공해 내년 초 개장할 예정이다. 전국에 13곳의 국립 치유의 숲이 있지만, 대도시권 도심에 위치한 치유의 숲은 처음이라고 한다. 산림치유센터, 숲속 산책길, 야외 족욕장, 유아숲놀이터, 숲속 쉼터 등이 들어서고, 승학산의 자랑인 삼나무와 억새군락 등의 산림 자원을 활용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치유의 숲 조성 부지를 지나면 임도 한쪽 옆에 나무 덱길이 이어진다. 덱길 아래엔 계곡이 흐르고 나무 다리가 놓여 있다. 제석골 산림공원이다. 이팝나무와 수국, 산수유나무, 대나무 등이 식재돼 있어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고, 계곡을 따라 산책로와 쉼터도 조성돼 있다. 잠시 내려가 물소리와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 본다. 덱길로 다시 돌아와 걸어 내려가면 8코스의 종착점인 동원베네스트 아파트에 도착한다. 동원베네스트 아파트 앞에서 마을버스(사하구 2번)를 타면 부산도시철도 1호선 당리역이나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갈 수 있다. 걷기 앱으로 측정한 8코스 완보 시간은 2시간 31분, 걸음 수는 1만 4037걸음, 거리는 9.55km였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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