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수’ 김혜수 “화려한 겉모습은 춘자의 생존을 위한 수단”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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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큰 판 짜는 해녀 춘자 역할
“동료들 덕에 물 공포증 극복”
1970년대 유행 패션 볼거리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로 관객을 만난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혜수가 영화 ‘밀수’로 관객을 만난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전작 ‘도둑들’을 하고 물 공포증이 생겼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해녀 역할이라 잠수 연기가 필수였죠. 동료들 덕분에 저도 물속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배우 김혜수는 영화 ‘밀수’에서 수준급의 잠수 실력을 보여준다. 극 중 밀수판에 뛰어든 해녀 춘자를 연기했는데 본인의 색을 녹여 현실감 있게 그렸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물 공황장애도 극복했고, 동료들과 일체감도 느낀 애틋한 현장이었다. 김혜수는 “1970년대와 해녀, 밀수란 단어에 꽂혔다”며 “촬영 현장에 늘 ‘연안부두’ 노래가 틀어져 있었다”고 웃었다.

김혜수가 그린 춘자는 대찬 인물이다. 열네 살 때부터 식모살이를 하며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작은 어촌마을인 군천에 자리 잡은 뒤엔 해녀 일을 하며 밀수를 도왔다. 춘자는 일련의 사건이 벌어진 뒤 군천을 떠났다가 돌아와 친구 진숙과 큰 밀수판을 짠다. 처음 대본을 받았던 김혜수는 ‘이걸 우리가 한다고?’라며 놀랐다고 했다. 그는 “해녀 액션은 최초일 것”이라며 “해녀 팀이 수중훈련을 3개월 정도 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영화 ‘밀수’ 스틸 컷. NEW 제공 영화 ‘밀수’ 스틸 컷. NEW 제공

바다가 주요 배경인 만큼 바닷속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온다. 이 장면들은 3.5m 깊이의 수면 세트, 6m 깊이의 수중 세트에서 번갈아 촬영했다. 고된 촬영이었지만, 김혜수의 작업 일지에는 ‘좋았다’는 표현이 가득하다고 했다. 배우들과 똘똘 뭉쳐 ‘일체감’을 느낀 덕분에 심리적인 불안감도 떨칠 수 있었고, 촬영 중 겪은 이마 부상도 이겨낼 수 있었단다.

그는 “해녀들이 검수를 하러 현장에 와 있을 정도로 안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물속에선 생존이 기본인데 서로 밀고 당겨주는 기분을 느끼며 편하게 움직였다”고 했다. 김혜수는 “어느 순간 물 공포증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면서 “정말 좋았다”고 털어놨다. “뜨거웠던 현장이었어요. 힘들었던 게 있다면 날씨도 많이 뜨거웠다는 점? 선크림을 듬뿍 발라도 배 위에서 30분만 찍으면 새빨갛게 익더라고요.(웃음)”

캐릭터들의 화려한 1970년대 패션은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다. 김혜수가 빚은 춘자는 당시 패션의 집약체다. 미스코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풍성한 헤어스타일과 빨간색, 녹색 등 원색의 알록달록한 의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혜수는 당시를 “히피 문화나 음악, 패션 등 제가 좋아하는 게 많은 시대”라고 했다. 그는 “춘자는 관련 업을 하는 사람이니 그렇게 입고 다니는 게 가능할 거라고 봤다”며 “춘자의 겉모습은 그의 생존을 위한 수단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밀수’ 스틸 컷. NEW 제공 영화 ‘밀수’ 스틸 컷. NEW 제공

1986년 영화 ‘깜보’로 충무로에 데뷔한 김혜수는 어느덧 데뷔 38년 차 중견 배우가 됐다. 여전히 매 작품 현장이 새롭다는 그는 “내 스스로 나의 장점과 고유성을 발견하고 인정하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배우마다 기질이 다르고 강력한 무기가 다른 만큼 연기할 때 일부러 힘을 조절하려고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작품 시작 전에는 늘 ‘정체성’을 생각한단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배우로서 욕망도 있고 개인적인 흥미도 있어요. 매 작품에 맞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정말 크죠. 돈도 주고, 사랑도 주고, 행복도 모두 주는 일은 세상에 없잖아요. 어느 작품에서든 캐릭터를 통해 저를 드러내고 싶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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