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공식 작전’ 하정우 “주인공 캐릭터 톤과 매너 잡기 위해 고민”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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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민준 역할 맡아
납치 동료 구하기 고군분투
“상황에 나를 대입하며 연기”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 작전’으로 관객을 찾는다. 쇼박스 제공 배우 하정우가 영화 ‘비공식 작전’으로 관객을 찾는다. 쇼박스 제공

“전작 ‘수리남’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촬영하고 곧바로 모로코로 넘어갔어요. 해외에 오래 있다가 돌아오니까 군대에 다녀온 느낌이에요.”

배우 하정우는 영화 ‘비공식 작전’ 촬영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 작품의 배경이 1980년대 레바논인 만큼 환경이 비슷한 모로코에서 4개월 남짓 촬영했는데 그곳의 기억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하정우는 “좋은 사람들과 먹고 자면서 즐겁게 촬영했다”며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에서 하정우는 외교관 ‘민준’을 연기한다. 레바논에서 납치된 동료 외교관을 구하기 위해 현지로 날아가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택시 기사 판수와 보여 주는 호흡도 인상적이다. 하정우는 “2018년 추석 때 영화 ‘클로젯’ 촬영을 앞두고 이 시나리오를 받았다”며 “김성훈 감독님과 영화 '터널' 작업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힘을 합치면 해낼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0년 3월에 촬영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져 2022년까지 미뤄졌다”면서 “오랜 시간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민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민준은 레바논 공항에서부터 위기에 처하며 매 순간 위협을 받지만, 작전을 포기하지 않는다. 여러 풍파를 겪으며 부쩍 성장하는 민준의 모습도 눈에 띈다. 하정우는 “캐릭터의 톤과 매너를 잡는 걸 오래 고민했다”며 “공무원인 민준이 미션을 잘 달성하기 위해선 숨을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하정우란 배우가 그런 미션을 받았을 때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했다”면서 “나를 그 상황에 대입해보니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비공식 작전’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영화 ‘비공식 작전’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영화 ‘비공식 작전’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영화 ‘비공식 작전’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준비를 많이 했지만, 촬영이 쉽진 않았단다. 모로코 로케이션만 장장 4개월간 했다. 마침 이슬람 국가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까지 겹치는 바람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더위와 모래바람에 맞서 촬영을 했다. 하정우는 “‘수리남’ 촬영 때문에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두 달가량 체류했다가 열흘 격리한 뒤 모로코로 바로 넘어갔다”고 했다. 가기 전엔 식료품을 컨테이너에 실어서 배로 먼저 보냈다고. 그는 “한국 음식 재료를 살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미리 잔뜩 보냈다”며 “간장 10L, 멸치액젓 5L 같이 대량으로 먼저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돼지고기 금지 국가라 대신 사골 곰탕이나 달걀 장조림, 소고기 장조림 같은 걸 많이 해 먹었다”고 웃었다. “생각보다 쉽게 적응했어요. 촬영이 고됐거든요. 훈련이 힘든 부대는 내무 생활이 편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촬영이 워낙 힘들어서 밤엔 곯아떨어지기 바빴던 것 같아요. 하하.”

하정우도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 촬영 예정인 ‘로비’다. 이 작품은 ‘허삼관’(2015) 이후 그가 약 8년 만에 선보이는 연출작이다. 하정우가 직접 주연도 맡았다. 국가 사업권을 따내려 골프 로비를 하는 연구원 창욱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쑥스럽지만 제 연출의 행로를 돌아보면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는 그냥 너무 찍고 싶은 마음에 덤볐다”며 “‘허삼관’은 제 딴에 상업적 성공을 이뤄볼까 까불면서 만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당시 모든 역량과 영혼을 끌어모아 만들었지만, 과연 제가 순수한 마음으로 영화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연출작은 제가 원해서 만드는 작품이 될 겁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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