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환자 생각하자” 호소 노조 “불법의료 증언” 투쟁
부산대병원 파업 장기화 속
“치료 우선” vs “근본 대책 마련”
부산대병원 파업이 길어지면서 병원 사내망에 ‘환자를 위해 돌아와달라’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양산부산대병원의 경우 부산·울산·경남 권역 소아암 환자의 보루인 만큼, 최소한 항암치료라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호소도 나온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부산역 앞에서 출정식을 열고 ‘불법의료 증언대회’를 여는 등 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25일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사내 게시판에 현장으로 돌아와달라는 의사들의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지난 23일 양산부산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한 교수는 “절실한 마음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부디 이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을 마련해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어린 환자들을 생각해달라는 감정어린 호소 글도 올라왔다. 소아혈액종양분과 한 교수는 “(부울경) 지역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우리 병원이 없다면 다음 선택지로 서울을 가야만 한다”면서 “심장 수술을 한 아이, 백혈병에 걸린 아이, 경련이 멈추지 않는 아이, 투석이 필요한 아이를 먼 길을 떠나 보내야 한다. 부디 돌아와서 작은 이 손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병원 노조는 파업 13일 차에도 교섭이 타결되지 않자, 이날 부산역 앞에서 ‘불법의료 증언대회’를 여는 등 투쟁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날 증언대회에 앞서 문미철 부산대병원 노조 지부장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우리는 사측에 불법의료 근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앞으로 노력하겠다’는 하나마나한 소리만 하고 있다. 질긴 투쟁을 통해 우리의 요구가 얼마나 정당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바꿀지 스스로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증언대회에 나선 한 PA 간호사는 “수술방과 병동을 다니면서 수술 방에서는 수술 어시스트를, 병동에서는 수술 환자 드레싱과 각종 배액관 제거, 절개부위 상처 관리를 했다”면서 “불법의료 행위를 후배에게 알려주고 있는 자신을 볼 때면 자괴감이 든다. 진정한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2월 양 병원 간호사 678명을 대상으로 불법의료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의사를 대신해 간호사가 대리처방한 적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90.7%로 나타나는 등 의료 현장에서 불법 의료가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불법의료 근절과 함께 인력 충원, 비정규직의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