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한다고, 화난다고, 싫다고… 끊이지 않는 ‘분노 범죄’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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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 흉기 휘두른 20대 검거
신림역 ‘살인 예고’ 누리꾼 잡혀
문제집단 상담·지원 절실 지적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편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모 씨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는 오는 26일 결정된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 흉기난동 사건으로 숨진 20대 남성 피해자 A씨를 위한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편 행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모 씨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는 오는 26일 결정된다. 연합뉴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흉기를 휘두르는 이른바 ‘분노 범죄’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폭력 성향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방관할 것이 아니라 분노 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종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함께 술을 마시던 후배가 구토를 한다는 이유로 흉기로 수 회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 A 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5일 오전 1시 20분께 수영구 광안동에 위치한 한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인 20대 여성 B 씨, 후배인 20대 남성 C 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C 씨를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A 씨는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던 C 씨 등을 두드려 주다 시비가 붙자 주방에 있던 흉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C 씨는 2017년 해외의 한 식당에서 일을 하다 알게 된 사회 선후배 사이로 평소 각별한 사이였으나, A 씨는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함께 있던 B 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C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은 A 씨를 대상으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사회에 누적된 불만과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풀어내지 못하다가 극단적인 형태로 분출해 발생하는 분노 범죄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 상가 골목 초입에서 행인을 상대로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피의자 조 모(33) 씨는 20대 남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뒤 30대 남성 3명에게 잇따라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구속됐다.

25일엔 흉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예고’ 게시글을 올린 누리꾼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D 씨는 24일 오후 2시 40분께 디시인사이드 남자연예인갤러리에 ‘26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D 씨는 해당 게시글에 온라인에서 흉기를 구매한 내역을 캡처한 사진을 첨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평소 쌓인 불만이나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다가 극단적인 방법으로 표출하며 일어나는 분노 범죄를 막기 위해선 선제적으로 문제 행위자를 발굴해 관리할 수 있는 상담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의과학대 경찰행정학과 김병수 교수는 “학교에 다닐 때부터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발견해 이들이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심리상담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노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일본의 경우 문제집단을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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