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정부 ‘사법 정비’에 수만 명 “독재자 반대” 시위
이스라엘 의회 개정안 통과시켜
미국·독일 등 서방 반대 목소리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부가 이른바 ‘사법 정비’ 입법을 끝내 강행하면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는 등 이스라엘이 대혼란에 휩싸였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AP통신과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일명 사법부 권한 축소 법안으로 알려진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이 이스라엘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는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되는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이스라엘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뒤집을 수 없게 됐다. 개정안 통과로 정부의 독주를 최종적으로 저지할 사법부 견제 수단이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정안 통과를 전후해 수만 명의 시위대가 수도 텔아비브 내 주요 시설을 지나는 아얄론 고속도로에서 국기를 흔들며 항의 시위를 펼쳤다. 거리의 벽과 울타리에는 ‘독재자를 섬기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아니면 반란이다’ ‘네타냐후로부터 이스라엘을 구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가 붙었다.
이스라엘 경찰은 이날 시위대를 6시간 만에 해산시켰으며 경찰을 공격하거나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텔아비브에서 18명 등 총 34명을 체포됐다고 밝혔다. 또 경찰관 10명이 충돌 과정에서 다쳤다고 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개정안 통과에 대해 미국 등 서방도 우려를 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직접 ‘속도 조절’을 주문했는데 이스라엘이 입법을 밀어붙인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의회 표결이 가능한 가장 적은 수의 찬성으로 진행된 것은 유감이다. 우리는 이스라엘 의회의 휴회 중에도 보다 광범위한 타협안을 만들기 위한 대화가 향후 몇 주, 몇 달간 계속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독일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우리는 이스라엘 사회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깊은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며 “독일 정부는 이 난제에 대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조치를 이스라엘 측에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내 유대인 사회는 “심각한 우려”라며 더 강도 높게 네타냐후 정부를 비판했다. 연합뉴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