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이 관저 결정" vs "세종시 선정 때도 풍수전문가 참여"
정치권 무속 공방 2라운드 격화
여 “역대 정권 풍수에 모두 관심”
야 “그런 거면 처음엔 왜 숨겼나”
‘내로남불’에 ‘비선실세’로 맞불
지난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풍수전문가가 공관을 다녀갔다는 사실을 두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역술가 ‘천공’을 지목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그가 아닌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겸임교수가 관저 후보지를 둘러본 정황이 드러나자 “중대한 국정 사안을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들어 결정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을 이어 갔다.
그러나 과거 민주당 정부 시절 각종 입지 결정 과정에서 풍수전문가의 조력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세의 수위를 다소 조절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민주당을 향한 ‘내로남불’ 프레임을 재가동하며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풍수지리 전문가 자문을 구하는 것이 노무현 정부 때 세종시 선정 때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내가 하면 전통지리학이고 남이 하면 무속인이라는 내로남불인가”라고 비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무속 프레임을 거는데, 모든 역대 정권 중 풍수지리에 관심을 안 보인 정권은 사실 없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관련 후보지 선정에 풍수지리를 활용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를 공동위원장을 한 신행정수도 건설 추진위원회는 85명 규모의 자문위원단을 꾸렸는데, 그 중 풍수지리 전문가인 이대우 서문풍수조경연구소 대표(환경 분과), 김두규 우석대 교수(도시계획 분과)가 포함돼 후보지에 대한 평가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문재인 정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던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도 당시 문 대통령 내외에게 풍수 문제를 들어 청와대 이전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예찬 최고위원은 “본인(민주당)들이 물어볼 때는 전문가고 다른 쪽에서 물어보면 갑자기 국정농단이 되는가”라고 꼬집었고,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전통적으로 풍수의 눈으로도 한번 보겠다는 게 공적인 의사 결정에 그동안 쭉 있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지난 22일 “대통령의 관저를 선정하는 것은 개인이 부동산을 둘러보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국정 사안”이라며 천공이 아닌 백 교수라도 관저 선정에 개입한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떳떳했다면 천공 개입 의혹이 터졌을 때 왜 숨겼나. 대통령실도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일이기 때문에 감추려 한 것 아니냐”며 대통령실의 공식 해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 시절에도 풍수를 활용한 사례가 적지 않게 드러나면서 민주당은 이날에는 관련 논평을 하지 않는 등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다만 민주당은 향후 국회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계속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운영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무속 논란은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불거졌던 문제이고, 비선실세 의혹과도 연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관저 이전과 관련한 ‘무속’ 논란은 지난해 12월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역술인 천공의 육군참모총장 공관 방문 의혹을 처음 제기하면서 불거졌고,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책을 통해 이를 재차 언급하면서 확산됐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